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23일께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집권 이후 처음인 동시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실패 이후 외교 행보 재개의 신호탄이다. 또 북러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 되는 등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날을 세운 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성큼 다가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개별접촉 시도만으로는 북한이 제재 국면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22일 러시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24일 특별열차를 타고 하산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25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부대 일정으로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방문, 마린스키발레단 극장 시찰 등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직전에 국경 바깥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에 이어 오는 5월에는 시 주석이 국빈으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도 커지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시 곳곳에서 학생들의 집단체조연습이 시작되고 일부 주민들 속에서 5월에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 우방인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부쩍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현시점에서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에 쉽게 나서면 오히려 제재 해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전략적 의도가 노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 내부 사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접근 전략에 나서더라도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중국의 경우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국으로서 제재를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에 균열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해리스 대사는 한국 외교가 고립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하노이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과 계속해서 대화했다. 한미 정상은 많은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공동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