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집권 후 첫 방러..."푸틴과 많은 얘기 나눌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알렉산더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알렉산더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전용열차 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나가는 데서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눌 계기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만남에서 많은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푸틴, 동북아 영향력 노리지만...‘제재’ 벽에 북미 중재 한계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北 오수용, 김평해 등 경제통 동행

러시아 통해 ‘경협 숨구멍’ 틔우기

김정은 “이번 방러 마지막 아냐” 기대감


전문가 “대북 영향력, 中 비해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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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해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대기하고 있던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내밀며 성사됐다.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질문할 때 근접 경호원 등의 제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서 단독회담에 앞서 기자단의 질문에 대답한 바 있지만 방송사 마이크에 대고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하산=로이터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해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대기하고 있던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내밀며 성사됐다.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질문할 때 근접 경호원 등의 제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서 단독회담에 앞서 기자단의 질문에 대답한 바 있지만 방송사 마이크에 대고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하산=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24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땅을 밟은 가운데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부분은 수행단의 면면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군 총참모장이 수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김 위원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현지 경제시찰에 나섰던 오수용·김평해 부위원장이 이번에도 동행한 것이다. 오 부위원장은 북한의 국가 예산 및 경제 정책을, 김 부위원장은 행정·경제관료 인사를 관장한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에 북한 측이 제재완화를 포함해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 대미외교의 핵심인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이 동행했다는 점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멈춰 있는 핵협상에서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는 북측의 노림수도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려 전용차량에 탑승, 출발을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려 전용차량에 탑승, 출발을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방러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일본 등에서도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경제적 숨구멍을 키우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중국 봉황망은 “김 위원장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유엔 등 외교무대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의 도움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해제는 쉽지 않지만 러시아가 나선다면 미국의 추가 제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북한-러시아 국경을 넘어 연해주 하산역에서 러시아 측이 준비한 환영식을 위해 잠시 하차한 후 “이번 러시아 방문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이는 첫 번째 행보일 뿐”이라고 방러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국면 돌파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러시아를 향한 구애작전에 나서기는 했지만 러시아가 북핵 대화판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극동 개발과 동북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중시하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이기는 하나 양자관계만으로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뚫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한 중인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북한이 인도적 지원이라든가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체류 연장 등을 러시아 측에 요청하면 그 정도는 허용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적 차원인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100이라고 하면 러시아는 20 정도”라며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와 관련 해 양국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일종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그런 과거의 전략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한 곳이고 나름대로 제재와 관련해 여러 문제에 발언권이 있는 국가”라며 “전혀 역할을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홍 실장은 “(북핵을) 북미구도로만 남겨두면 미국이 긴장하지 않고 내부 문제로 협상의 집중력을 잃을 수 있는데 러시아나 중국이 북미협상에 대해 지지·환영 등을 표명하면 미국이 좀 더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를 중심으로 1대1 단독회담과 확대회담·공식연회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26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향하고 김 위원장은 하루 더 머문 후 오는 27일 이른 아침 귀환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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