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와 케이블방송 2위 사업자 티브로드가 3대1 비율로 합병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료방송 업계 재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017670)은 자회사 SKB가 태광산업(003240)의 유선방송 자회사 티브로드와 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외부 회계법인 등이 SKB의 가치를 약 3조5,000억원대, 티브로드는 1조2,000억원대로 평가하며 합병 비율은 75대25로 산정됐다. 합병과정에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 태광산업 이외 주주들이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 4,000억원어치를 사들인다. 이에 따라 신설 합병법인의 지분구조는 SK텔레콤 74.4%, 태광산업 16.8%, FI 8.0%, 자사주 및 기타 0.8%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합병법인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아 투자를 유치했다”며 “티브로드의 견실한 재무구조가 SK텔레콤 연결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인허가 신청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각각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현재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도 심사 중이다. 공정위가 이들 유료방송 간 합병을 모두 승인하면 업계는 KT가 주도하는 1강 4중 체제에서 3강 체제로 개편된다. KT 계열이 점유율 31%로 1위를 유지하겠지만 LG유플러스·CJ헬로(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3.8%)와 점유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다.
KT는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점유율 6.4%인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사후규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과기정통부에 요구했다. 유료방송 점유율을 33.3%로 제한한 합산규제가 재도입되지 않으면 KT의 딜라이브 인수에 청신호가 켜진다. 이 경우 SK텔레콤 계열과 LG유플러스 계열도 덩달아 딜라이브나 CMB(4.8%), 현대HCN(4.1%) 등을 대상으로 추가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유료방송 시장이 이통3사 위주로 재편되면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간 결합상품이 주류를 이루면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마련하는 사후규제 방안에는 점유율 상한선 대신 독과점에 따른 중소 케이블TV 사업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지난 2월 전국사업자인 이통사와 지역매체인 케이블TV 간 결합 이후 부작용을 막기 위해 케이블TV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고 케이블TV가 지역성 구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지역사업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