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을 보면 독일은 한국보다 정확히 20년을 앞섰다. 지난 2000년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재 한국과 비슷한 8%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3% 이상으로 늘었다. 한때 전원 믹스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던 원전은 현재 1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20년 사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운명을 갈라놓은 건 ‘두 개의 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모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중도좌파 성향)과 녹색당 연립 내각이 들어섰을 때 만들어졌다. 하나는 2000년 1월1일에 발표된 재생에너지법(EEG)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02년 초에 제정된 ‘발전 부문 원자력 에너지 이용 종식에 관한 법률(탈원전법)’이다. 두 개의 법률은 독일 전력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놓은 것은 물론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생활방식과 기업들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재생에너지법에서는 현재도 독일이 내걸고 있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80% 목표’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막대한 지원체계가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이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를 20년 동안이나 1kwh당 법정 고정가격으로 구매해줘 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막대한 특혜를 주다 보니 2017년 기준 재생에너지법에 의한 누적 지원금이 1,500억유로(약 195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탈원전법의 핵심은 ‘잔여 발전량’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되 운전 중인 원전들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가동한 후 폐쇄한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 남아 있는 원전은 7기이며 이는 오는 2022년까지 영구 퇴출될 예정이다. 사실 독일에서 탈원전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 대다수가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히틀러 파시즘을 경험하고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한 남다른 트라우마가 있다. 또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이 독일에까지 미쳤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탈원전 논쟁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대체로 종결됐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역시 세계 최고의 전기요금이다. 독일 4인 가구의 연간 전기요금은 약 1,000유로(약 130만원)에 달한다. 원전의 빈자리를 석탄·갈탄 화력발전소로 채우다 보니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40% 감축이 목표였지만 28%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독일 연방정부는 최근 2038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모두 퇴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센=강광우기자 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