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탄핵보다 나은 美민주당의 전략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포퓰리즘' 트럼프 탄핵 시도는

계층 위화감 키워 실패 불보듯

비리 입증하고 선거로 심판해야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던 수천만명의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탄핵 논의가 과연 어떻게 들릴지 잠깐 생각해보자.

그들 중 상당수는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의 코즈모폴리턴 엘리트들, 특히 변호사들과 언론인들에게 무시와 조롱과 갑질을 당했다는 불쾌한 느낌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들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가 당선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나. 엘리트층은 2016년 대선 결과를 번복하기 위한 일련의 공작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트럼프의 지지율 제고 요인인 계층 간 위화감이 커지면서 여론의 초점이 대통령 비리에서 민주당의 무리수와 집착으로 옮겨갔다.


민주당의 탄핵시도는 보나 마나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3분의2가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질 리 만무하다. 결국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난 대통령은 상원의 결정을 금메달처럼 여기저기 자랑스레 내보이며 의기양양해할 것이다. 많은 사람은 대통령의 비리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도덕과 법질서에 관한 문제라며 입에 거품을 물지 모른다.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트럼프를 탄핵해 헌법에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 외에 의회에 주어진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탄핵에 대한 완전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탄핵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절차이지 법적 절차가 아니다. 표준적인 탄핵 사유로 인용되는 ‘고위공직자의 중대범죄 및 비행’이 일반 형사재판에서 사용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동일한 이유로 탄핵재판은 법원이 아니라 정치기구인 의회에 맡겨진다.

제럴드 포드는 하원 소수당 대표였던 1970년, 탄핵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가장 정직하게 정의했다. 그는 “역사의 어떤 시점에서건 하원 다수당이 탄핵 사유로 간주하면 그게 무엇이건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했다. 미국 헌정사상 이제까지 세 차례 대통령 탄핵이 있었으나 이들 중 완전히 정당화될 수 있는 케이스는 리처드 닉슨의 사례가 유일하다. 육군 장관을 파면한 앤드루 존슨의 결정은 분명히 합법적 조치로 애초에 탄핵사유가 될 수 없었다. 실패로 끝난 빌 클린턴의 화이트워터 토지거래 스캔들은 특별검사의 조사로 이어졌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샛길로 빠졌고 수사방법에도 하자가 있었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미국 역사를 뒤지거나 나라를 세운 국부들의 의사를 헤아려도 탄핵이라는 주제에 대한 확실한 교훈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국부들이 대통령의 국가권력 찬탈 등과 같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들에 대해 탄핵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같은 기준에 따르면 인신보호법(habeas corpus) 시행을 중단시킨 에이브러햄 링컨과 일본계 미국인들을 집단수용소로 보낸 FDR, 월남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린든 존슨은 모두 탄핵소추가 가능한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중 단 한 명도 탄핵을 당하지 않았다. 의회와 국가가 정치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트럼프의 탄핵소추와 관련해 민주당이 정무적 사고를 해야만 하는 적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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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 탄핵논의는 다소 시니컬하지만 현명한 단기적 계산이 될 것이다. 민주당 후보지명전에 참여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면 탄핵논의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좋은 방법이다. 당의 권력기반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공고히 하고 싶다면 반트럼프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좋다.

그러나 이런 모든 움직임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탄핵절차를 천천히 다져갈 때 한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펠로시가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에 무책임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종종 일어나듯이 눈사태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 앞에는 그보다 훨씬 좋은 길이 열려 있다. 민주당은 증인을 소환하고 비리를 입증하는 문서를 공개하며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저지른 잘못을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트럼프에 대한 합법적인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민주당은 대중에게 실속 있고 정책지향적이며 시민의식에 투철할 뿐 아니라 당의 좁은 정치기반이 아닌 국가에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와 완전히 대조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가 벌여놓은 난장판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하원 민주당에서 벌이는 난장판을 보기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는 취약한 상태다. 강력한 경제성장 수치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깜짝 놀랄 만큼 낮다.

지난번 선거에서 그랬듯이 트럼프는 문화적 민족주의에 기반해 2020년 대선을 치를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그들 나름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2년간 민주당이 주력해야 할 일이다.

탄핵을 추진하면 심각하게 분열된 미국민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고, 공화당이 결국 그들의 대통령을 버리는 기적 같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할 것이라는 따위의 근거 없는 희망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민주당이 직면한 진정한 도전은 트럼프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주의는 지난 10년에 걸쳐 미국을 휩쓴 우익 포퓰리즘이다.

이에 대한 최상의 대응책은 이념적으로 맞받아치고 선거를 통해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이 진정한 상(prize)을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상은 트럼프의 머리 가죽이 아니라 다수당을 구축하는 힘과 정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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