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날 밤늦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제정안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차례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했다. 선거제 개편은 차수변경을 통해 30일 새벽까지 논의를 거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은 바른미래당이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과 별도의 공수처 법안을 제시하면서 밤늦도록 진통을 겪었다.
바른미래당의 추가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했지만 민주평화당이 단일안을 내야 한다고 맞서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평화당에 패스트트랙의 다른 한 축인 선거제 개편안도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홍영표 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직후 “평화당 반대로 개혁입법이 통과되지 않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평화당도 의총을 통해 동참하기로 하면서 패스트트랙 열차는 움직일 수 있었다. 이날 한국당은 각 회의장을 원천봉쇄하며 패스트트랙을 격렬하게 저지했다. 이에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장을 옮기고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지만 악화한 여론을 의식한 여야 모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다만, 한국당은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를 전국으로 확대해 여론전과 패스트트랙 지연작전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당과 여야 4당의 시간 싸움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4당은 우선 각 상임위의 심사기한 자체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통해 상임위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면 7월27일께 법사위에 상정할 수 있다. 한국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국당 내부에는 “상임위 기간 180일을 최대한 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다음 단계인 국회 법사위에는 판사 출신인 한국당 소속의 여상규 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체계·자구심사기간인 90일을 다 채울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설치 안과 기존에 합의된 공수처 법안을 두고 각 당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회의원만 수십명에 달하는 고발전 또한 향후 정국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고발한 한국당 의원은 현재 29명에 달한다. 정의당도 한국당 의원 40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고발했다. 한국당도 민주·정의당 의원 17명을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간다 해도 통과는 낙관하기는 어렵다.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 의석수상 여야 4당에서 20~30표의 이탈표가 나온다면 부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