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패스트트랙 열차가 갈 길은 아직 멀다. 한국당은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여야 4당의 연대도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쪼개질지 모르는 운명이다. 무엇보다 선거법·공수처법·수사권조정 등 3개 법안의 독소조항이 패스트트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 합의가 원칙이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 위해 한국당을 따돌리고 야 3당과 손을 잡으면서 일이 꼬였다.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같은 군소정당에 의석수를 더 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함으로써 게임의 룰을 저버렸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 구도는 패스트트랙 연대당과 반(反)패스트트랙 세력 간 대결구도로 바뀌게 됐다.
논란의 핵심은 공수처법이다. 역대 정부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공수처 설치를 추진해왔지만 대통령에게 또 다른 칼을 쥐여준다는 논란이 거세다. 더구나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기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수처장 임명을 국회에서 비토할 수 있는 개정안이 복수로 지정된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이게 무너지면 권력의 무한질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여야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한 발씩 양보하는 협치(協治)로 독소조항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회 정상화다. 한국당도 장외투쟁을 하기보다는 원내로 들어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식물국회만은 막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4월에 이어 5월 국회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에는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경제는 고꾸라지는데 언제까지 동물국회로 시간을 보낼 셈인가.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통해 패스트트랙에 태운 3개 법안의 독소조항을 바로잡고 민생법안 처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