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영국 남부의 항구 도시인 사우샘프턴. 중심가에서 마을버스로 30여분 떨어진 공장 밀집단지에는 마치우드 가스발전소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10년째 가동 중이지만 주변 주민들은 “정체 모를 악취와 소음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늘면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불만과 비슷했다. 발전소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양선원교육센터 직원 윌리엄스(가명)씨는 “주변에 다른 공장들이 많아 냄새에 둔감한 편인데도 발전소 쪽에서 이따금 설명하기 어려운 매캐한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영국이 석탄 발전의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동안 가스 발전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 발전의 지나친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석탄에 비해 정도가 덜할 뿐 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월트 패터슨 연구원은 “가스 발전은 석탄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라며 “가스 발전 비중은 재생에너지가 확대 보급되기까지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스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발전 단가가 불안정한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 2017년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가스를 통한 전기 생산 수익률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BIS World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19년 기준 영국의 전력산업 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는데 재생에너지는 두 배 높은 4.4% 증가했다. 바람이 많은 북해의 특성상 풍력 발전의 효율이 높은 탓이다. 패터슨 연구원은 “이전에는 가스 발전이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돕는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장애물’로 바뀌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일단 가동에 들어가면 발전 비용이 저렴한데다 초기 설치 비용까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우샘프턴=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