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대규모 도심 집회를 통해 세력 과시에 나섰던 자동차 노조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이 막을 올린다. 올해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 등 굵직한 이슈가 많고 기업별 쟁점이 뚜렷한 상황에서 최근 각 기업 노조들이 사측과의 협상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 초안을 완성하고 오는 8일부터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단체교섭안이 마련되면 사측과의 상견례 등 본격적인 임단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차(005380) 노조는 통상임금해법, 인력 충원,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이슈들을 대부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기아차(000270) 역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정기대의원대회가 이달 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기대대에서는 68개 안건을 심의해 최종 안건을 마련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사측과의 협상을 진행한다. 아울러 기아차 노조는 지부 노조 이외에 지난달 30일 소하·화성 등 각 공장 지회 노조에서도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지회별 협상안도 마련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의 경우 단체협상까지 함께 진행하는 해여서 노사 협상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통상임금 건만 해도 노사 간 입장 차가 확연한 상태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2일이 노사관계 악화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단협 승계 문제로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82.6%의 찬성률로 쟁의 행위를 가결한 한국GM 노조도 2일 사측과의 협상을 진행해 결렬될 경우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60여 차례에 달하는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벌여온 르노삼성 노조도 같은 날 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다. 노조 내부 이탈자가 늘면서 단체행동을 위한 동력도 상당 부분 훼손된 터라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타결이 무산되면 앞으로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격적인 임단협을 앞두고 각 노조는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사측을 압박해 노조가 우위에서 유리하게 교섭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예컨대 현대차 노조에서는 최근 불거진 정년퇴직자에 대한 대체 인력 충원과 관련해 사측이 신규 인원 충원 계획이 없음을 밝히자 단협 위반 카드를 꺼내 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단협 44조에는 ‘정년퇴직자의 대체 필요인원은 퇴직 일주일 전까지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GM 노조 역시 우선은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합법적 쟁의권을 손에 쥔 만큼 언제든 실력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GM 사측 역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후 일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임단협을 두고 ‘강성’ 기조가 강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6월 말까지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올 임단협에서는 기업들이 ‘을의 처지’에서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도 들린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노조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최저임금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기업들은 더 많은 것을 내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