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춘 지난달 18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하향한 것은 1·4분기 성적이 예상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며 2·4분기 이후에는 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5일 한은은 올해 1·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다음 날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이 총재는 “현 경제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6일이 지난 1일 이 총재는 피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며 2·4분기에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경제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뒤다. 불과 2주일 사이에 이 총재의 발언이 낙관→비관→낙관을 오간 것이다.
이 총재의 피지 발언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도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 역시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까지 낮춘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1.8%를 제시한 노무라금융투자의 전망에 대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시장의 판단이 앞서 간다”고 반박했다.
최근 원화 가격 급락에 대해서도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과 외화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 건전성 지표가 상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감지할 수 없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은 1·4분기 역성장과 중국 실물지표 악화 등이 겹치면서 1,170원에 바짝 다가섰다.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의 당연한 결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주체의 심리를 고려해 비관적 발언은 자제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총재가 ‘낙관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와 한은의 진단은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정치적인 성격이 짙다”며 “성장률을 계속 낮추는 등 부정확한 전망을 내놓은 한은이 ‘낙관론’을 펼치는 것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한은은 지난해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한 후 3개월마다 0.1%포인트씩 내려 지난달에는 2.5%까지 하향했다. 한은의 예측력이 민간 연구소만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요 당국자들의 낙관론은 경제주체들에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책변화 없이 좋아질 것이라고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피지=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