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이 없어도 8,000m급 히말라야 14좌 등정을 마무리해야지요. 이제는 의무감에서 도전합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불리는 김홍빈(55·사진) 대장이 장애인 최초로 열세 번째 8,000m급 히말라야 ‘가셔브룸Ⅰ(8,068m)’에 등정 도전을 앞두고 그동안 도움을 준 많은 은인과 산악인들을 생각하면 의무감에서라도 도전을 멈출 수 없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 대장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13좌 등정에 성공한 후 다시 도전해 14좌 ‘완등’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출국을 앞두고 오는 15일 광주시청에서 열리는 ‘가셔브룸Ⅰ 원정대’ 발대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 대장이 등정할 가셔브룸Ⅰ은 발티어로 ‘빛나는 봉우리’라는 의미이며 파키스탄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경계에 있다.
그는 “준비를 열심히 하고 안전하게 등정·하산하기를 기도하지만 날씨처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며 “가셔브룸 여신이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장이 가셔브룸Ⅰ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06년과 지난해에 도전했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 대장은 등정 일정도 조금 앞당겼다. 그는 “보통 6월에 출국하는데 날씨가 좋은 한두 번의 기회를 더 갖기 위해 5월 말 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등정에 성공하면 히말라야 8,000m급 13좌에 오르는 것으로 전체 14좌 중 브로드피크(8,047m)만 남겨두게 된다.
김 대장은 지난해 5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높은 안나푸르나(8,091m)에 올라 장애인 최초로 8,000m급 12좌에 오른 바 있다. 2017년 5월에는 세계 4위의 고봉인 히말라야산맥 로체(8,516m) 등정에 성공했다.
1991년 북미 매킨리(6,194m) 등반 중 조난해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김 대장은 시련을 딛고 1995년부터 세계 정상급 봉우리를 등정하는 도전에 나섰다.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고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도전을 이어가며 불굴의 산악인, 희망의 산악인으로 불린다.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그도 이번 등정을 위해 코스 공략법에 골몰하고 있다. 그는 “고소 적응은 기본이고 특히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눈사태에 휘말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눈과 얼음이 꽁꽁 얼어 있는 늦은 밤 시간에 등반할 계획”이라며 “파키스탄의 하절기에 해당해 맹렬한 햇볕을 극복하고 등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꾸준히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라며 “등반만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