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다꾸·클레이·장난감...'의미없는' 너, 우리를 위로하잖아

■ 밀레니얼 신소비 지도

<하>단순함으로 힐링하는 무민세대

무한경쟁에 지친 2030 '절반'

생각비우고 내게만 집중할수 있는

의미없는 일 통해 '소확행' 실현

클레이·모래점토 판매율 80%↑

조작 쉬운 어린이 완구 품절대란

다이소·핫트랙스·텐바이텐 등은

다이어리 꾸미기 코너 별도 신설

마음에 안정...ASMR 영상도 인기

0315A19 무민






#여느 평범한 30대 가장인 직장인 이동우씨는 회사에서 업무에 시달리다가 퇴근하면 집에서는 아내를 대신해 육아를 맡는다. 소위 ‘육퇴’(육아 퇴근)는 아이가 잠드는 보통 밤 9시에서 10시 사이. 그는 자기 전까지 주어진 자유시간에 유튜브 동영상을 켜고 비 내리는 소리와 비스킷 먹는 소리 등 ASMR 영상을 주로 시청한다. 아무 생각 없이 ASMR 영상을 듣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無(없다)+Mean(의미)’의 합성어인 ‘무민세대’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유통가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지친 20~30대들이 자신만의 힐링을 위해 ‘무민활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학교, 취업, 승진 등 무한경쟁 속에서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은 채 촉각이나 청각 등의 미세한 감각에 집중하는 활동이 뜨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자신이 ‘무민세대’라고 생각하는 20대는 47.9%, 30대는 44.8%에 달했다. 2030의 절반 가까이가 본인을 무민세대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나만의 힐링 활동’에 집중하는 무민세대들이 늘면서 유통가에서는 관련 상품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무민템’ 중 하나는 클레이와 모래점토다. 무독성 재료인 클레이는 손에 잘 묻어나지 않고 말랑한 촉감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11번가에서는 ‘플레이도·클레이’ 카테고리의 판매 상승률이 2017년 43%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9%나 증가했다. ASMR 콘텐츠 및 관련 용품을 찾는 이들도 많다. 디지털 광고기업 인크로스가 발간한 ‘마켓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의 ASMR 영상 조회수는 3,210만회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음식 먹는 소리나 빗질하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리가 경쟁에 지친 마음에 안정을 준다는 게 인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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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무민세대 활동은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만을 위해 소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인 ‘다꾸‘템이 인기다. 다이소, 핫트랙, 텐바이텐 등은 다꾸 코너를 신설했다. 지난달 소개된 다이소 2019 봄봄 시리즈의 다꾸용품은 SNS상으로 큰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등 다꾸용품의 매출액과 종류 수가 2016년 대비 각각 85.4%와 127.7%씩 성장했다. 지난 2월 G마켓에 따르면 다이어리 판매량은 20대는 31%, 30대는 35%나 증가했다. 다이어리를 꾸밀 때 사용되는 아트지 스티커 판매량도 20대는 172%, 30대는 40% 증가했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무민세대에게 조립이나 조작이 간단한 장난감이 힐링템으로 재조명되기도 한다. 다이소에는 최근 어린이용 완구를 찾는 2030 어른들이 증가했다. 움직이는 가전놀이 시리즈는 어른들의 새로운 사용법으로 인기를 얻으며 품절사태를 빚고 있을 정도다.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반죽기, 청소기, 커피포트 등 6가지로 구성된 가전놀이는 실제 가전제품처럼 움직이는 장난감이다. 이 중 세탁기는 화장품 브러시 세척, 인형 옷 세탁, 폭탄주 말기 등 다양하고 기발한 사용방법이 공유되면서 최근 3월 한 달간 524건의 리뷰 콘텐츠가 게시될 정도로 ‘인싸’들의 유튜브 콘텐츠로 부상했다. 다이소에 따르면 3월 4주차 움직이는 가전놀이 세트 판매량은 1만3,000여개를 기록했다. 출시 첫주인 2월 중순 1,000개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13배나 늘어난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출시한 ‘날아라 슈퍼보드’, ‘건담’, ‘드래곤볼’, ‘원피스’ 등 어릴 적 보면서 자라왔던 만화 캐릭터의 피규어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전체 피규어 콜렉션 매출도 68.8%나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변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는 무민세대 트렌드로 인해 소소하지만 자신에게 의미있고 즐거운 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아예 무민 관련 용품을 모아놓은 코너가 신설될 정도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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