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김정남 살해 용의자 리정철, 암살 후에도 中 노래방서 자유 만끽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리정철(가운데)이 중국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알자지라 캡처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리정철(가운데)이 중국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알자지라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석방된 리정철(48)의 활동과 관련한 자료가 공개됐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리정철이 암살 몇 개월 후 중국의 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영상을 확보해 보도했다.

리정철은 김정남 사망 후 암살에 사용된 화학무기 VX 신경작용제를 제조한 혐의를 받아 용의자로 체포됐으나,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죄수 교환이 이뤄지면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된 후 북한으로 추방됐다.


당시 경찰이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리정철의 아파트를 수색하던 과정에서 컴퓨터 기기 5대와 전화기 4대, 염화물 1병과 함께 3만 8,000달러의 현금이 발견됐다. 당시 이 돈의 출처가 불명확했다. 리정철은 당시 서류상으로 톰보 엔터프라이즈라 불리는 작은 제약회사의 IT(정보통신)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회사 대표는 친구에 대한 호의로 리정철을 고용했을 뿐, 그는 출근도 거의 하지 않았고 월급은 형식상으로 1,200달러로 정해졌지만 그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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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자지라는 리정철의 당시 활동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문서를 입수, 그가 평양 소재의 고려평화무역공사라는 기업체의 수출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확보한 문서 중 2017년 초 송장과 선적서류에서 비누 원료인 ‘솝 누들’ 수백 톤을 중국 기업 옥소플러스 리소시스에서 도매로 구입 해 수출한 내용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십만 달러 어치의 솝 누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다롄을 거쳐 북한 남포로 들어간 것으로 기록됐다.

또 리정철의 전화기에서 나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그가 쇼핑몰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말레이시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화 기록을 살펴보면 실은 북한 대사를 비롯해 외교관들과 긴밀히 연락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미국과 유엔 조사관들은 이에 대해 리정철이 리정철이 북한의 제재회피를 돕는 요원으로, 외국에서 위장 취업으로 신분을 감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리정철 등 북한 용의자들의 지시로 VX를 김정남의 얼굴 등에 발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은 살해죄로 기소됐지만 최근 취소되거나 살해죄 대신 상해죄로 공소가 변경되면서 감형을 받고 이달 중 석방될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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