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한 대규모 공동 투자를 공식화한 가운데 EU도 자금지원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수년전부터 폴크스바겐과 BMW·다임러 등 대표적인 유럽 자동차제조사가 대대적인 전기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핵심부품인 배터리시장에는 EU 점유율이 1%에 불과해 주도권을 미국·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2일(현지시간) dpa·AFP 통신 등에 따르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50억∼60억 유로(6조5,000억 원∼7조8,000억 원)를 공동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컨소시엄 프로젝트는 과거 유럽 주요 국가가 출자해 성공시킨 항공기제작사 에어버스를 따라 ‘에어버스 배터리’로 명명됐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아시아 기업들이 선도하는 데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유럽 국가들의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해왔다. 르메르 장관은 “이번 투자는 유럽이 미국과 중국에 기술적으로 의존할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도 “4∼5년 내로 유럽의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12억 유로(1조5,60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자동차·에너지 분야의 35개 기업이 이번 프로젝트에 40억 유로(5조2,000억 원)를 분담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번 컨소시엄은 2023년까지 독일·프랑스에 1,500개의 일자리를 보유한 공장을 각각 하나씩 세우는 게 목표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지난달 30일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배터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허가해달라는 서한을 EU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 도시 카이져슬라우더른에 있는 자동차 기업 오펠 공장이 배터리 생산 공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