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가까운 나라, 카자흐스탄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카자흐스탄을 방문해보면 짧은 비행시간에 한 번 놀라고 한국인과 비슷한 사람들의 생김새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카자흐스탄의 경제 수도 알마티까지의 비행 시간은 7시간으로 자카르타와 비슷하다.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카자흐인은 우리와 같은 몽골계 인종이다.

아예 같은 민족인 고려인 동포도 11만명이나 산다. 이들은 1930년대에 소련이 강제로 이주시킨 한민족의 후손이다. 고통의 시간을 잊고 고군분투한 끝에 이제는 현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높은 친연성에도 두 나라가 손을 잡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카자흐스탄이 옛소련에서 독립한 이듬해인 지난 1992년에야 수교를 하고 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유·철강 등을 주로 수입하는데 지난해는 원유 수입량이 5,543만배럴로 재작년의 두 배를 넘었다.


우리가 수출하는 제품은 자동차·기계·소비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카자흐스탄 자동차 시장에서 3·4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7억달러짜리 원유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화학기계 수출도 크게 늘었다. 동서식품의 ‘프리마’는 현지에서 커피뿐 아니라 차나 빵에도 곁들여 먹는 인기 식품이다. 주요 도시에서는 한식당이 영업 중이고 K팝을 벤치마킹한 아이돌그룹이 인기를 끄는 등 한류도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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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가 교역을 늘리고는 있지만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여전히 덜 알려진 편이다. 카자흐스탄이 원유·우라늄 등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 중 카자흐스탄인이 여섯 번째로 많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카자흐스탄을 잘 알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나라는 단연 러시아다. 옛소련 시절에는 같은 나라였고 독립한 뒤에도 경제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가 휘청거리면 카자흐스탄도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후 꾸준하게 관계를 개선했고 최근에는 ‘일대일로’를 앞세워 물류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카자흐스탄과 협력의 규모를 키워나갈 방법은 없을까. 답은 ‘사람’에 있다. 고려인 3·4세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적극 알리고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이들을 잘 돌봐줄 필요가 있다. 기술을 전수하고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지식 공유 프로그램(KSP) 사업도 강화해야 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던 독립운동가 계봉우·황운정 지사의 유해가 봉환됐다. 카자흐스탄 정부와 그 후손들의 협조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협력은 두 나라 국민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때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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