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가 주름 치료법의 대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보톡스·필러 주사를 노인들이 주로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톡스·필러가 원래 주름 개선의 항노화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원래 목적과 다른 ‘예뻐지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는 20·30대의 시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얼굴형을 갸름하게 하는 ‘보톡스 사각 턱 윤곽술’이나 코 필러, 입술 필러, 턱 끝 필러 등이 예뻐지는 용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용도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노화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선천적인 형태를 개선해 예쁜 얼굴형이나 몸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연령과 무관한 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주름에 대비하는 연령층 자체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매우 낮아진 것도 젊은 연령층에서 보톡스·필러 시술이 증가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표정 주름을 없애주는 보톡스의 단기 효과뿐 아니라 보톡스를 반복해 맞으면 치료 전보다 주름이 훨씬 덜 잡힌 상태로 유지된다는 장기적인 주름 예방 효과는 이미 10여년 전에 세계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사실 보톡스 시술은 젊을수록 더 효과적이다. 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피부 탄력이 좋기 때문에 보톡스 주사만 해도 주름 개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주름이 심한 60·70대는 표정 주름이 오래돼 흉터처럼 고정 주름화될 뿐 아니라 처지고 꺼짐 현상도 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보톡스 주사 치료만으로는 개선 효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피부과에 주름 개선을 목적으로 상담받으러 오는 40·50대 고객 중에는 이런 상세한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보톡스는 나중에 더 늙으면 하겠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처음 미용 시술을 접하는 분들은 미용 시술에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있다. 보톡스는 독이라서 무섭고 필러 시술은 우리 몸에 어떠한 물질이 주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클 수 있다. 또 보톡스와 필러의 효과가 일시적이라 평생 해야 한다는데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막연한 거부감이나 비용의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보톡스는 더 늙으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나중에 호호 할머니 돼서 시작하지 마시고 하루라도 더 젊고 예쁠 때 시작하세요”라고 웃으며 권한다.
필자도 현재보다 더 젊어질 수도, 더 건강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고 보니 오늘을 소중히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화무십일홍’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듯 달이 차면 기울고 꽃이 피면 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고 젊음도 아름다움도 모두 한때이기 때문이다. 주름이 ‘세월의 훈장’이라고도 애써 위안하지만 사실 늙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사람의 공통된 소망이다. 물론 아무리 발버둥 쳐도 푸릇푸릇한 신록 같은 10대의 젊음과 꽃망울 같은 20대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노력하면 40·50대도 얼마든지 우아하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갑자기 늙어버린 20대 여자 역을 맡아 수십 년의 나이를 뛰어넘는 신들린 연기를 펼친 배우 김혜자씨에게 돌아갔다. ‘눈이 부시게’는 때로는 20대의 천진함과 노인의 관록을 동시에 보여준 김씨의 열연은 물론이고 반전 스토리로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어쩔 수 없이 빼앗겨버린 시간 때문에 한순간에 노인이 된 젊은 여자의 안타까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반전은 시청자들에게 시간과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줬다. 특히 마지막 회의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명대사는 많은 이에게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큰 울림을 준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주름 치료도, 우리의 인생도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