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현금부자 잔치 된 무순위 … 정부, 제도 개선할까?




‘미계약(부적격자 혹은 계약 포기)’ 물량에 대해 추첨으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하는 ‘무순위 청약’이 청약시장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무순위 청약의 특징 탓이다. 문제는 과거 극소량에 불과했던 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무순위 신청이 청약제도를 왜곡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무주택자들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이것이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간다. 현금부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 쏠쏠한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무순위 청약제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무순위 청약 인기=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이 없어도, 유주택자라도 신청할 수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청약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단 신청자는 해당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이나 해당 광역권에 거주해야 한다.


사실 무순위 청약은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1·2순위 청약이 끝난 후 개별 건설사가 공지를 띄워 알아서 분양했다. 하지만 대리 줄서기나 번호표 판매,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지난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아파트 단지부터 미계약·미분양분을 ‘아파트투유’에서 청약 신청을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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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경우 미계약·미분양 물량이 20가구 이상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사후 또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아파트투유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외의 지역은 자율사항이다. 건설사에서는 이를 분양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사전 무순위 청약을 선택하고 있다”며 “홍보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줍줍 나서는 현금부자들=무순위 청약은 최근 들어 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1·2순위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막상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상당한 물량이 추첨에 부쳐지고 있다. 문제는 분양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결국에는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에게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무순위 청약에 대해서도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넣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법적으로 규정된 1·2순위를 청약하고 남은 물량을 처분하는 방식까지 재단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입장이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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