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허가를 신청했다가 취소 처분을 받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자인 중국 뤼디그룹이 병원 임직원에게 고용 해지를 통보하고 철수 수순에 돌입했다. 영리병원 개원 개원이 수포로 돌아가자 일단 임직원을 해고해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병원 건물의 활용 방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의 운영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최근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위해 채용된 간호사와 원무직원 등 임직원 50여명에게 구샤팡 대표 명의로 안내문을 보내 “회사의 여건상 병원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어 여러분과 마냥 같이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구 대표는 이어 “회사는 여러분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한 개원 허가 아니면 도청에서 병원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주도에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비록 불가피하게 고용은 해지 하지만 병원사업을 운영할 적임자가 나타나면 여러분들이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뤼디그룹이 녹지국제병원의 임직원까지 해고하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병원 건물을 활용 방안과 뤼디그룹의 추후 대응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제주도가 영리병원 도입을 놓고 논란을 일으킨 만큼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인수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고 병원 규모도 공공병원 기능을 수행하기에 작아 제주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인수자를 찾아 녹지국제병원을 일반 병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의료법인이나 개인이 인수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귀포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녹지국제병원은 의료진도 환자도 없는 ‘유령 병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뤼디그룹이 제주도나 우리 정부를 상대로 영리병원 개원 무산에 대한 손해배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뤼디그룹은 지난 2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만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조건부허가를 결정하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과 별도로 예정대로 병원이 개원하지 못하면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