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사업 중단 투표하고·시위하고 … ‘늘어난 규제에 꽉 막힌 재건축’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달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제2차 은마아파트 재건축 관련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촉구대회’를 개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욱기자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달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제2차 은마아파트 재건축 관련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촉구대회’를 개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욱기자



서울 시내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신음하고 있다. 늘어난 규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나서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연일 시위를 하는 조합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은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데, 비용은 계속 들어가니 기다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향후 주택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 재건축추진위원회 운영 잠정중단에 대한 소유주 설문조사’ 결과 지난 달 25일 현재 839명이 참여했으며 잠정중단에 찬성한 비율은 91%로 압도적이다. 아직 설문조사가 마감된 것은 아니지만 잠정중단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라 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구역은 현대 1~7차, 10·13·14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추진위가 올해 설계비 등으로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데 반대하며 8일부터 주민 대상의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추진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중단 목소리는 압구정만이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는 지난 달 27일로 예정됐던 정기총회를 연기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6월 시공사로 선정한 현대건설의 계약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고 본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이 억대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동력을 잃었다. 대치쌍용2차 조합 관계자는 “6월 정기총회 전에 주민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해 시공사 선정 취소든, 재건축 잠정 중단이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대치쌍용 1차가 총회를 열고 임원진을 바꿨다. 새로운 임원진은 재건축 잠정 중단을 지지하는 세력들이다. 새로운 집행부는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 선정을 하지 않고 리모델링이나 1대 1 재건축 등을 포함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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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담보상태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 서울 여의도 일대 노후 단지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요지부동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재고하는 이유는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소유주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서울시는 임대주택 비율이나 단지를 가로지르는 광폭 도로 등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놓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 전에 ‘사전공공기획’이라는 단계를 도입해 층수나 높이, 디자인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압구정과 같은 대단지의 경우 중소 블록으로 쪼개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생활공유가로’를 조성한다는 ‘아파트 조성기준’도 마련했다. 즉 재건축에서 소유주의 의견보다는 서울시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비구역 일몰제’에 따라 사업 진척이 더딘 단지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위기에 놓이면서 사업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압구정 3구역를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 2·4·25차, 여의도 광장아파트 등 1976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지역들은 일몰제 대상에 포함돼 내년 3월까지 사업 진척이 없으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은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데, 비용은 계속 들어가니 기다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윤선·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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