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전자 액면분할 1년 "'5만 전자'라도 됐으면..."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는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50대 1 비율로 주식을 분할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한다.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겨 ‘황제주’로 불렸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신상’ 값으로도 때로는 사기 힘들었던 주식이 50분의 1로 저렴해진다는 것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었다. 액면분할 당시 주가가 200만원을 훌쩍 넘기며 한창 상승세를 탔던 때라 기대감은 더욱 컸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5만 전자’가 된 지 1년,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분할 기준 가격인 5만3,000원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고, ‘5만 전자’는커녕 ‘4만 전자’에서 맴돌고 있다. 액면분할은 주식이 쪼개지는 것일 뿐,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 상황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도 기대감을 품고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주가를 보며 애가 타고 있다. 그렇게 증가한 ‘개미’ 주주의 숫자는 2017년 말부터 1년 사이에 15만8,000명에서 78만8,000명으로 급증했지만, 대부분 이득보다는 손실이 컸다.


애초 액면분할의 목적이었던 거래 활성화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가 외려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다 상장 주식 수가 무려 60억주에 이를 정도로 불어난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액면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지난해 5월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256억원으로 액면분할 전 1년 동안인 6,188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25만주에서 1,161만주로 수치상으로는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액면분할이 가격은 그대로면서 주식 수만 변동되는 것임을 고려해 계산하면 실제 거래량은 1,250만주(25만주×50)에서 역시 뒷걸음질쳤다는 분석이다. 액면분할 직후인 지난해 5월 하루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하기도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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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지난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과도하게 늘어난 삼성전자가 ‘무거워진’ 것이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결국 주가를 부진에 빠트린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현재 삼성전자의 상장주식 총수는 59억6,978만2,550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1위인데 2위인 한화생명(8억6,853만)과 비교하면 7배가량이나 많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액면분할 직후 국내외 기관들이 (삼성전자의) 주식 수가 너무 많아져 덜어내다 보니 대량 매물이 쏟아진 것이 주가 부진의 시작”이라며 “향후 주가나 거래 전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규정이 허용한 최대 수준인 50대1로 분할 비율을 정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 사이 투자자들이 속만 탄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획기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7년 13.8%에서 지난해 21.7%로 증가했고, 총 배당금액 역시 5조8,263억원에서 9조6,1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주가 부진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반도체 수요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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