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곳 중 3곳꼴로 최근 1년 내 사업전환이나 폐업·휴업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경기 부진으로 인한 매출 부진이 상당수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품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일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애로 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사업전환이나 폐업·휴업을 고려했는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 500명 중 33.6%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폐업을 고려했어도 폐업을 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폐업을 고려한 168명을 대상으로 ‘폐업 고려 시 가장 큰 애로사항’(중복응답)을 묻자, ‘매수자가 없다’는 답변이 6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폐업 후 생계유지 부담’(58.9%), ‘권리금 회수 어려움’(41.1%) 순이다. ‘폐업 후 계획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36.3%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꼴로 경기 악화를 실감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경기를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77.8%는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매우 악화됐다’는 답변이 41.2%로 절반이 넘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소상공인의 경영 실적이 나빠졌다. 지난해 대비 올해 영업이익 추이를 묻자, 80%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원인(중복응답)으로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제품 및 재료비 원가 상승’은 27.8%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고 답한 업체도 77.4%에 달했다. 실적 감소폭은 답변은 ‘20%초과~40%이하’가 42.9%로 가장 많았다.
우려는 이 상황이 올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상공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분기 이후 경영상황에 대해서도 59.6%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에게 경영상황이 나아질 시기를 물어보니 53.4%는 ‘나아지지 않는다’고까지 답했다. 그나마 21.1%는 2022년 이후에나 경영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경영 악화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채용에 나설 리 없다. 올해 인력운용계획에 대해 50.5%는 ‘해당없다’고, 44.8%는 ‘변동없다’고 답했다. 고작 1.4%만 신규 채용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의 삶의 만족도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의 만족도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은 22.6%에 그쳤다. 일과 삶이 균형이 있다(워라밸)고 답한 응답자는 15.4%로 이보다 더 낮았다.
일이 고된 탓이다. 주간 영업 일수를 묻자, ‘6일 일한다’고 답한 비율이 47.6%로 가장 많았다. ‘7일(매일) 일한다’는 답변도 30.8%로 낮지 않았다. 사업 전반에 대한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37.6%가 ‘강하다’고 전했다. 본인의 삶에 대해 72.4%는 ‘생활보다 일에 더 치우쳐졌다’고 답했다.
소상공인은 정부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원책에 대해 ‘자금지원 확대와 세금 부담 완화’를 꼽은 비율이 5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의 소상공인 영역 진출 제한’ (25.2%), ‘물류, 상권환경 개선 등 인프라 지원’(16.6%) 순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중점 방향에 대해서는 38%가 지속적인 정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26.8%가 공정거래 조성을 위한 규제와 감독 강화를 꼽았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제의 근간이 소상공인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경영 악화 주요 원인이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인만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조사기관인 한국씨앤알이 중기중앙회 의뢰를 받아 4월19일~26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기타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전국 종사자 5인 미만 소상공인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5.59%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