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로그인으로 댓글 작성자의 정체를 일부 밝히고 인터넷 댓글을 쓰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책임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만약 악성 댓글을 뿌리 뽑겠다며 다시 ‘인터넷실명제’로 돌아간다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 되겠지요.”
댓글 솔루션 기업 시지온의 김미균(33·사진) 대표는 댓글 작성자 자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적 실명제, 반실명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연 ‘네트워크정책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후 본지와 만나 “사회적 실명제로 댓글 수가 감소하는 단점도 있지만 완전하게 익명이 보장될 때 발생하는 악성 댓글의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며 “댓글의 수보다는 질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지온의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는 올해로 출시 10년을 맞았다. 라이브리는 언론사 온라인뉴스 등에 다는 댓글이 작성자의 페이스북 등 SNS 계정과 연동되도록 해 악성 글 작성 욕구를 반감시킨다. 효과 덕분에 현재 국내에서 3만개에 이르는 사이트와 400여개 언론사가 라이브리를 채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한 솔루션이 10년 동안이나 작동해 악성 댓글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악성 댓글은 존재한다”며 “조작 댓글 문제도 불거졌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에서 언론홍보를 전공한 김 대표는 대학생 때인 지난 2007년 대학 창업동아리 멤버인 김범진 공동대표와 함께 시지온을 창업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을 없애겠다는 사회적 문제 인식을 갖고 라이브리를 개발했지만 수년간 기업 유치 성과 없이 버텨야 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0년 정부가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준수하지 않는다며 라이브리를 불법 서비스로 규정하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매체와 시지온이 함께 정부와 협상을 벌여 결국 본인확인제 예외로 인정받기도 했다. 인터넷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아직 소셜벤처라는 용어가 없던 때 공공성에 주목한 최초의 정보기술(IT) 벤처였다”며 “지금도 라이브리의 이익 확대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계속 운용·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지온은 수익 확대를 위해 라이브리의 후속작인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어트랙트’도 내놓았다. 2017년 출시된 이 솔루션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많은 사진 중 관리자가 지정한 태그의 사진만 보여준다. 데이터비즈니스도 도전 분야다. 시지온 서버로 모이는 수많은 댓글은 특정 사건, 새 상품에 대한 반응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여론 데이터다. 김 대표는 “댓글 데이터 분석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앞으로 기업이나 정책기관 등에 정확한 여론 좌표를 알려주는 비즈니스로 키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