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하우시스, 엄격해진 감사에...3개 해외투자 법인 '300억 손실'

작년 재무제표에 손상차손 반영

업계 "감사 기준 강화 맞물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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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하우시스(108670)가 지난해 3개 투자법인으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법인이 LG하우시스 실적에 영향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회계법인 교체와 엄격해진 회계감사가 이 같은 상황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지난해 재무제표에 3개 해외투자 법인의 손상차손 규모 약 300억원을 반영했다. 손상차손이란 미래 가치가 현재 장부가격을 크게 밑돌 때 미리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우선 LG하우시스가 2011년 일본 알루미늄 창호 제조사인 토스템 릭실과 합작해 만든 ‘엘지토스템비엠’은 당기손익으로 인식한 손상차손 규모가 45억8,200만원이다. 이 회사는 청산이 예정됐다. 같은 해 설립된 중국 우시의 바닥재 생산시설인 ‘LG하우시스 우시’도 실적 악화 가능성 탓에 46억9,100만원의 손상차손을 당기손익에 반영했다. 2017년 3월 지분 50.1%를 확보했던 슬로바키아 자동차부품 업체인 c2i s.r.o.의 손상차손 규모가 가장 컸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당기손익에 인식한 손상차손 규모는 197억 8,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LG하우시스의 지분투자금액(486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당시 지분투자는 LG하우시스가 자동차 경량화 부품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해 이뤄졌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자동차 산업 부진, 원재료 가격 상승에 해외투자 손실까지 맞닥뜨린 LG하우시스는 지난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액은 3조2,6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04억원으로 52%나 급감했다. 게다가 531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 흑자회사에서 적자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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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3개 법인의 손상차손 반영은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바뀌면서 이뤄졌다. LG하우시스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일회계에서 감사를 받아왔다.

안진회계는 지난해 LG하우시스 감사보고서에서 3개 법인의 손상차손을 ‘핵심감사사항’으로 지목했다. 핵심감사사항은 회계법인이 감사의견과 별개로 감사 과정에서 유의적으로 본 사안이다. 안진회계 관계자는 “LG하우시스는 2017년 말 3개 중국법인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c2i s.r.o.도 지분을 취득한 이후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손상의 징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지난해는 회계법인들이 유례없이 깐깐하게 회계감사에 나선 시기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이 불거진 후 부실감사에 대해 제재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외부감사법을 보면 부실감사가 드러난 감사인은 감사보수의 5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게 됐다. 감사인 업무의 일부정지 규정도 신설됐고 손해배상책임 제척기간은 5년에서 8년으로 상향조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인이 세부적인 경영 상황까지 들여다보느라 감사 기간이 연장됐고 수임료도 올라갔다”며 “동종업계 IR 담당자들을 만나면 감사가 너무 깐깐해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도 “지난해 회계감사가 전반적으로 까다로워진 건 사실로 상당수 기업들이 높아진 기준에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LG하우시스 측은 회계법인 교체와 3개 법인 실적 부진을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전 감사인이었던 삼일회계도 손상차손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냈었다”며 “손상차손은 확정손실이 아닌 만큼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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