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부상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첫 바이오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오 신약을 글로벌 제약사도 무수히 고배를 마신 분야에서 양사의 향후 바이오 경쟁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이르면 올 상반기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CT-P27’ 임상 3상 돌입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조기에 임상 3상을 시작해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CT-P27이 통상 성공 확률이 50%인 임상 3상을 완료하면 셀트리온 창사 이래 첫 바이오 신약에 이름을 올린다.
독감 치료제는 지난 1996년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한 ‘타미플루’가 20년 넘게 독점해왔다. 지난해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독감 바이러스 사멸 기간을 24시간으로 단축시킨 ‘조플루자’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고 얀센이 내성을 줄인 ‘피모디비르’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CT-P27은 두 가지 항체로 구성된 복합 바이오의약품으로 현존하는 모든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변종 바이러스가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탓에 독감 백신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로 꼽힌다. 지난달 발표된 임상 2상 결과에서는 기존보다 평균 2일 일찍 독감이 완치되는 등 환자 편의성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매년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감은 인류가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라며 “임상시험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조류독감(AI)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독감 치료제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급성췌장염 치료제 신약 ‘SB26’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7년 8월 일본 1위이자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과 업무협력을 체결했고 지난해 8월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 획기적인 급성췌장염 치료제가 없는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통상 신약 개발에는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르면 5년 내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최다인 4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노하우에 합성의약품 분야 강자인 다케다제약의 신약 경쟁력을 접목해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5% 늘었지만 후발주자들의 공세로 영업이익은 33.3%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상용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약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우수한 바이오시밀러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기에 수익성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반면 신약은 독보적인 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장기간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특허도 보장받을 수 있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