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프랑스서 1위 약진…유럽의회도 '극우 점령' 예약

의회 선거 한달 앞둔 여론조사서

르펜의 RN, 여당 꺾고 1위 예상

더딘 성장 속 자국우선주의 확산

反이민·이슬람 포비아로 이어져

극우, 전체 23% 170석 확보 전망

일각 "경제정책 등서 분열 가능성"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전 국민전선)이 근소한 차이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여당을 누르고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최근 유럽에서는 반(反)이민·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단적 우파 세력이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RN을 비롯한 극우정당들이 연대를 시도하며 향후 유럽 정치지형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지난 2∼3일 프랑스TV와 라디오프랑스의 의뢰로 1,500명 대상의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2%가 RN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REM)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1.5%를 차지했다. 지난달 18∼22일 여론조사에서는 REM이 23%로 1위, RN이 22%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RM이 이긴 것은 처음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이 반정부시위대인 ‘노란 조끼’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 상당의 감세안을 내놓는 등 대응책을 발표한 직후 시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파격적인 당근책에도 노란 조끼 시위대는 제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더딘 경제성장에 대한 불만족, 이슬람국가(IS)의 각종 테러로 이슬람 공포가 만연된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때문에 국가안보가 위협받는다는 막연한 불안이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의 극우정당 약진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소스의 이번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극히 일부만 참여한 것으로 전체의 45%가량은 아직 지지정당을 확정하지 않아 유럽의회 선거 판도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달 23∼26일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 역시 극우파·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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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로이터는 유럽의회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8일 교섭단체별 예상 의석 수를 전망하면서 “극우파는 전체 751석 중 23%인 170석 이상을 차지해 2014년 선거 때보다 35석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프랑스 RN을 비롯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 등이 속한 극우성향(ENF)은 현재 37석에서 62석으로 의석이 늘 것으로 전망됐다. 극우 포퓰리스트(EFDD) 역시 41석에서 45석으로 늘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유럽의회의 주류인 중도우파(EPP)와 중도좌파(S&D) 의석 수는 각각 37개씩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됐다.

유럽의회 선거를 이처럼 극우 포퓰리즘 물결로 점치는 데는 최근 유럽 국가들에 불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기류가 한몫을 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무역질서가 재정립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체제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국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U 무용론이 힘을 얻으면서 프랑스와 독일 등 EU 주요국 극우 포퓰리즘이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했고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이 참여하는 정권이 수립됐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제2당 또는 제3당 자리를 꿰찼다.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중앙과 지방을 아울러 의회에 진입하는 이례적인 일도 생겼다. 유라시아그룹 관계자는 “전통적인 정당들은 난민 등 세계화로 나타나는 문제들과 관련해 유권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 있다”면서 “주류 정당은 쇠퇴하고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정치운동이 촉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 선거를 비롯해 유럽의 향방이 ‘우향우’로 기울 것은 확실시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약진이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난민·반이슬람 아래에서는 하나로 뭉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경제정책 등에서 향후 각국의 상황에서 따라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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