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네덜란드 관광위원회가 지난해 말 마련한 관광정책 관련 문서에 관광세 부과와 일부 유명관광지 폐쇄 등 강도 높은 정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온 네덜란드 정부의 관광정책이 10여년 만에 정반대가 된 것이다.
지난해 네덜란드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전체 인구(1,700만명)보다 많은 약 1,8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객이 쓴 돈은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7%가량 증가한 820억유로(약 106조6,000억원)를 기록했으며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에서 4%를 넘겼다. 관광업 종사자 수는 76만명으로 전체 일자리 13개 중 하나에 해당한다.
■ 10년여 만에 ‘정책 역주행’ 왜
인구보다 많은 관광객 들어와
자연경관·주민 일상까지 위협
호텔·기념품점 규제안도 검토
경제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와중에 네덜란드 정부가 관광객 유입을 억제하고 나선 것은 관광객 급증이 자연경관 훼손을 넘어 주민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광위원회는 “ ‘더 많이’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홍보보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수도 암스테르담 같은 관광객 선호지역은 이미 수용 한계치를 넘어섰다. 인구 110만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당일치기 방문객과 자국민 관광객을 포함해 연간 1,700만명 이상이 몰려든다. 2,500명 인구에 ‘네덜란드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히트호른에는 매년 중국인만 35만명이 다녀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이미 인구 수를 뛰어넘은 데 이어 2030년께는 연간 2,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의 전망치는 무려 4,200만명이나 된다.
암스테르담은 이미 관리에 들어갔다. 국립미술관·반고흐미술관은 관광객 홍보를 위한 미국 여행박람회에 올해 불참한다. 또 시 당국은 내년부터 홍등가 가이드 투어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호텔·기념품점 등의 증가를 억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스히폴 국제공항, 크루즈 이용 규제 등도 정부의 검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