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의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이 결국 좌절됐다. 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골적인 자국 기업 밀어주기가 이어지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9일 화학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공업신식화부는 최근 보조금 지급 대상 친환경차 목록에서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제외했다.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타 업체 대비 낮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 내에서 판매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들 차량은 지난달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통과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자국 사업 육성을 위해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산 배터리는 2014년만 해도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 들어서는 16% 정도로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기술력 격차도 상당 부분 좁혀졌다.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LG화학의 경쟁력은 93.6점으로 1위(삼성SDI는 87.5점)인 데 비해 중국업체에 인수된 ASEC는 71.1점, 비야디(BYD)는 66.4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새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에 성공하거나 독일에 100GWh 규모의 대규모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기술력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 실제 전체적인 경쟁력 자체는 이미 중국에 뒤져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올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경쟁력은 8.40점으로 중국(6.48점)보다 높았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한국 8.04점, 중국 9.24점), 사업환경(한국 6.36점, 중국 9.12점) 분야의 차이 때문에 총점에서는 중국이 8.36점으로 한국(7.45점)보다 높다. 국내 업체들은 용량이나 충전 속도 등을 2배 이상 개선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입장이지만 상용화까지는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중요한데 중국 시장 진출 없이는 덩치 키우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 정부가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것도 그때가 돼봐야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