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의약품 온라인 거래

구충제·백신·아토피 치료제 등

커뮤니티에 하루 수십건 올라와

시중 병원보다 20~70% 가격 저렴

불량제품으로 반려견 피해 늘어

식약처로 규제 일원화해 관리해야

1015A16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전망



#. 서울 연희동에 사는 대학생 정유진(24)씨는 최근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이트에서 강아지용 구충제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홈페이지의 안내문에 따라 구충제를 먹였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호흡 곤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저렴한 가격에 강아지 구충제 정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짝퉁 제품이었다”며 “동물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덕분에 괜찮아졌지만 지금도 당시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 시대를 넘어선 가운데 동물의약품을 온라인에서 사고파는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 동물의약품은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유통과 해외 직구는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전문 동물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신규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에 달한다. 판매하는 제품도 구충제부터 독감 백신, 아토피 치료제, 유루증 치료제 등 사실상 모든 동물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시중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20~70%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동물의약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해외 직구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주고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제품도 많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현행법상 전문 동물의약품을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지난 2013년 동물의약품에 대한 수의사 처방제가 도입되면서 전문 동물의약품은 사람용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일선 약국이나 동물병원 등 오프라인 창구로만 구입할 수 있다. 사람용 의약품과 성분이 비슷한 동물의약품의 오남용 문제와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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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동물의약품의 불법 유통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용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할하지만 동물의약품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고 이마저도 축산용 의약품에 인력과 예산이 집중돼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연간 2,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해외 직구나 불법 수입 등으로 판매되는 금액까지 더하면 3,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 동물의약품의 온라인 거래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불량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최광훈 경기도약사회장은 “동물의약품의 불법 유통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떠안아야 하지만 사실상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약물 오남용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식약처로 규제를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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