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조만간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한국과 인도가 미 재무부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안에 이 같은 내용의 환율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내놓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상반기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미 지난달 미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미국이 지정하는 환율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을 의미하는 ‘심층조사대상국’보다는 낮은 수위지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지난해 10월17일에 발표된 2018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인도·독일·스위스 등 6개국이었다. 한국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의 관찰대상국 명단에 줄곧 포함돼왔다.
미국이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이상의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2개월간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여부다. 통상 세 가지 기준이 모두 충족되면 심층조사대상국으로, 두 가지가 충족되거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한국은 2017년 7월~2018년 6월 1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210억달러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4.6%에 달하는 등 두 가지 기준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GDP의 0.3%로 기준치인 2%에 크게 못 미쳤지만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달러에 대한 원화 절상을 늦추려는 목적으로 보이는, 두드러지고 우려스러운 외환개입 증거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179억달러에 그쳐 기준선인 2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면서 관찰대상국 지정 요건 가운데 GDP 대비 경상흑자 한 가지만 기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한국 외환당국이 올 3월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며 일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도 명단에서 빠지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달 안에 한국이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이례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통상 명단 제외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보고서에 명시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당국 역시 관찰대상국 제외 시점을 올 10월로 예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번 관찰대상국 6개국 가운데 절반인 3개국은 세 가지 중 한 가지 기준만 충족했다. 이번에 한국과 함께 제외될 것으로 알려진 인도의 경우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다음번 보고서 시점에도 (현 상태를) 유지하면 재무부는 인도를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명시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되는 환율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하는 대상을 기존 12개국에서 2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 기준을 이번 보고서부터 GDP의 3%에서 2%로 낮출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환율조작국 조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베트남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베트남 정부에 환율과 추가 정보 공개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