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총선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재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득표율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면서 국정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AP통신 등은 개표가 80% 완료된 상황에서 여당 ANC가 57%의 득표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ANC가 55~59%의 최종 득표율로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뒤를 이어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2%, 좌파 성향 정당 경제자유전사(EFF)이 약 10%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며 최다 득표 정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에 따라 중간개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ANC가 다수당을 유지하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득표율이 60%를 밑돌며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 폐지와 함께 1994년 치러진 첫 흑백 통합 총선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문제다. ANC는 남아공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집권 이래 25년간 집권하며 총선에서 매번 60%가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4년 총선에서도 62%의 득표로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이 유례없이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경우 라마포사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NC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지속되는 경제난과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부패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마 전 대통령은 무기거래 관련 뇌물수수, 돈세탁 등 각종 비리 혐의로 지난해 2월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2013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하고 실업률이 25%가 넘는 등 경제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역대 최다인 48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남아공 총선 투표율은 5년 전(73%)보다 8%포인트가량 떨어진 65%로 잠정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