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로 예고된 버스 파업을 앞두고 중앙정부가 ‘요금 200원 인상론’을 꺼내 들었지만 경기도는 ‘서울과 인천 동시 인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수도권 통합요금제도가 있다. 환승할인이 적용되는 3개 시도는 교통비 총액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단독으로 요금을 올리면 서울과 인천도 이득을 보게 되는 ‘환승의 마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손명석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10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내버스의 추가 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재원 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보통 시내버스 인상 주기가 4년이고 지난번 인상이 2015년이므로 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요금 결정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에 ‘운임 인상’을 사실상 압박한 셈이다. 국토부는 주52시간 근무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경기도의 분석을 토대로 요금을 200원 인상하면 2,500억원의 재원이 마련돼 추가 채용(연간 약 3,000억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는 버스요금 단독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4월을 마지노선으로 올해 초부터 서울·인천시에 ‘버스요금 200원 동반 인상’을 요구해왔다. 2009년 시작된 수도권 통합요금제도 때문이다. 수도권 3개 시도에서는 환승할인과 거리비례요금제가 적용되며 각 시도의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총 요금을 분배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20㎞를 이동한 사람이 1,450원을 지불하면 이 총액을 경기도 740원, 서울시 710원(경기 1,250 대 서울 1,200)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통합요금제 아래에서는 경기도가 단독으로 요금을 200원 올리면 서울과 인천시도 이득을 보게 된다. 똑같은 상황을 가정할 때 요금 인상분 중 20%는 서울시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3개 시도가 동시에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경기도민이 서울·인천 버스를 타면 그만큼의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더구나 서울시와 인천시는 버스 회사의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시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의 지난해 보전액은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에 달한다. 서울과 인천은 배차간격·막차시간만 미세조정하면 주52시간 근무제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데 경기도의 부담을 서울과 인천 시민이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날 국토부가 주관한 지자체 부단체장회의에서 경기도가 요금을 단독으로 인상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국토부는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주장하는 ‘국비 보전’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였지만 지자체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 실장은 “(국비 보전은)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진행되고 있지 않고 광역버스의 경우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업무로 전환하고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버스 대부분이 경기도 소속이므로 ‘경기 한정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지자체 사이에서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통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비 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버스 관련 노사정 타협을 진행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지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300인 이상의 경기도 버스 회사에 신규 채용 1명당 40만원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변재현기자 세종=강광우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