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에만 치중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생산론이 부족하다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론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학현학파’ 학자들이 반성문을 썼다. 학현학파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인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서울대 출신 진보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개최한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주요 정책’이라는 논문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자본가들의 사활을 건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경쟁이 중요하다”며 “소주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의 과감한 역할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공급 측면의 성장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협소하게 인식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 성장 취지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중도개혁 지향의 일반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와 ‘관료적 규제 철폐’ 등의 조치를 제시했다.
최저임금 상승을 소득주도 성장과 동일하게 보는 현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소주성 정책이 제대로 실행됐는지 묻고 싶다”며 “실제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빚이 아니라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 작동하려면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경직성과 장벽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최적 속도 등을 고민해봐야 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혁신성장정책 방향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기존의 혁신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혁신활동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집단으로 자원이 배치되고 지속적으로 흘러가 이들의 혁신활동을 고양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소득주도 성장의 전제인 ‘임금 없는 성장’에 대한 이론적 타당성 공방도 이어졌다. 앞서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논문에서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이 지난 2013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시절 내놓은 보고서를 거론하며 분석에 사용한 물가지표가 부적절해 ‘실질임금 상승이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통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포괄범위가 다른 국내총생산(GDP)과 임금상승률을 비교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박 교수 및 박 기획관의 연구가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어떤 물가지표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이슈와 별개로 두 연구 모두 잘못된 기초자료를 사용했다는 게 주된 논지다. 그는 “박 교수와 박 기획관 모두 임금 데이터를 ‘5인 이상 상용근로자’를 기준으로 했는데 이는 전체 취업자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 자료”라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이들로 자영업자나 임시직·일용직 등 나머지 근로자는 모두 배제된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