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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녹두꽃' 조정석·윤시윤, 결국 이렇게 엇갈리는구나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인가. 죽창인가 개화인가.

‘녹두꽃’이 드디어 주제의식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구시대인 봉건제 조선과 작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동학농민운동’의 의미가 전봉준(최무성)과 백이현(윤시윤)의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논쟁으로 분명하게 전달됐다.


지난 2주간 작품은 동학농민운동의 배경, 인물 소개에 주력했다. 1~4화까지는 한순간도 빨리감기 할 수 없을 만큼 잘 짜인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는 흐름을 만들었다. 특히 첫 방송은 인물에 대한 적절한 소개부터 전봉준과 동학 교도들이 봉기하는 순간을 그린 엔딩까지 속도와 비주얼 모두 완벽한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주 관심몰이에 성공한 ‘녹두꽃’은 동학농민운동이 갈등의 배경임을 명확히 하고, 중심인물인 백이강(조정석)가 백이현의 엇갈린 운명을 집중 조명했다.

신경수 감독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아전에서 시작한 형은 구체제 조선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시작을 열고, 동생은 구체제를 마감하는 끝을 맺게 되는 역전된 상황을 맞는다”며 “크게 봤을 때는 조정석이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전봉준의 상징적 아들이 되고, 윤시윤은 백가(家)를 끝내는 아들이 된다.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전 근대를 끝내고 근대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 감독의 이야기는 형제가 동학농민운동에 정반대의 입장으로 참여하게 되는 배경을 차근차근 그려내고 있다.

먼저 이야기의 중심이 된 것은 형 백이강이었다. 고을 이방 백가(박혁권)의 서자로 이름보다는 거시기로 불리며 살아온 그는 고부에 민란이 일어나자 당연하듯 어르신을 모시고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으나 고부 사람들에게 그것은 죽음만큼이나 살떨리는 일이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백가는 그에게 이방 자리를 물려받으라고 압박했다. 대신 ‘아버지’라 부르라며.

백이강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 자신을 구하며 “거시기 말고 백이강으로 살라”던 전봉준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패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부하의 잔인한 폭행을 가로막고, 여인을 겁탈하려던 철두를 잔인하게 폭행하며 그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정한 아버지의 계략에 동학도로 몰린 어머니와 함께 고부를 떠나 숨어야만 했던 그는 이제 전봉준 앞에 다시 서게 된다.

신문물과 개화만이 조국의 앞날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던 백이현은 과거를 보러 갔다가 고부에 봉기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오며 아버지 백))가 뇌물로 만들어놓은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렸다. 그는 위기에 몰린 형 백이강과 작은어머니 유월이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 끝내 봉기를 일으킨 전봉준에게까지 다다랐으나 결국 극단적인 신념 차이로 자신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전봉준 : 우리와 함께할 의향은 없는가. 백성의 고혈을 짜내 얻은 지식 백성을 위해 써보란 말이네.



백이현 : 송구한 말씀이지만, 소생은 나으리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죽창은 야만이니까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일 수 없습니다.

전봉준 : 허면 자네가 생각하는 열쇠는 뭔가

백이현 : 개화된 세상의 선진문물, 문명입니다. 문명이 사람을 교화시키고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전봉준 : 내가 생각하는 야만 중에 가장 참담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소위 문명국이라 자처하는 열강. 약소국을 쳐들어가 등골을 빼먹는 또 다른 약소국을 놓고 지들끼리 물어뜯는 짐승들이지.

백이현 :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입니다.

전봉준 : 문명의 빛에 현혹되지 말게. 문명을 만든 것이 사람이듯 세상을 바꾸는 것도 사람이지.



전봉준과 백이현의 대화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정현민 작가의 전작 ‘정도전’의 하여가와 단심가가 연이어 흐르는 긴장감 못지않았다. 죽창을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백성의 삶과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당시 젊은 관료들의 생각이 제대로 충돌했다. 그리고 이 대화를 끝으로 백이현은 결코 돌아서지 못할 자신의 길에 결국 첫발을 내딛었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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