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재선되면 협상 더 나쁠 것"...류허 "절대 양보못해...두렵지 않다"

美, 나머지 中제품에도 고율관세

류허 중국 부총리류허 중국 부총리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10일(현지시간) 최종 결렬된 가운데 미국이 지금까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고율 관세를 매기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양국은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무역전쟁의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10일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난 뒤 “대통령이 약 3,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의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며 “세부사항이 13일 발표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는 사실상 모든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 측에도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법제화에 대해 3~4주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나머지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지금 행동하라”면서 “내 두 번째 임기의 무역협상은 훨씬 더 나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거듭되는 압박에도 중국은 응전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협상 후 “미국과 중대한 원칙에서 차이가 있고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중국은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서도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runiron@sedaily.com

[미중 무역협상 결렬] 뉴노멀 된 무역전쟁...‘관세맨’ 트럼프, 유럽·日까지 겨눠

美 ‘자국내 생산’ 압박하며 관세 무기로 동시다발 공격

“안보 위협”...유럽車 등 징벌 관세 도입 여부 결정 앞둬

日엔 막대한 무역적자 언급하며 농산물 관세인하 요구



‘관세맨(tariffm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시작한 무역전쟁이 미중 간 휴전 종료를 계기로 점점 규모를 키워가면서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에 이어 4차 관세 폭탄까지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자동차 산업으로도 총구를 겨누면서 무역전쟁이 사실상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상태)’이 되자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관세를 피하려는 해외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 대한 비난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관세를 피하는 쉬운 방법? 미국에서 제품과 상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매우 간단하다”고 반박했다.

당장 미국은 지난 10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곧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추가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미 “보복이 불가피하다”며 맞대응을 예고한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면 양국 간 관세전쟁이 무한 반복되는 ‘인피니티 워’가 될 가능성이 크다.

10일까지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끈 류허 중국 부총리는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원칙 문제들’에 대해 견해차가 있다”며 이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일단 미국 측이 25%로 끌어올린 관세율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한 달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협상을 앞으로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종료 후 트위터를 통해 “지난 이틀간 미중은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으로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양국이 구체적인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여서 미중 간 난기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측의 요구대로 합의안을 명문화·법제화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는 만큼 이 같은 미중 대립구도는 미국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 두 번째 임기 때의 무역협상은 중국에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지금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높은 관세를 징수하는 것도 너무 좋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양측의 신뢰관계가 상당히 손상됐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포괄적 합의를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또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미처 마무리되기도 전에 일본과 유럽으로도 관세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0일 룩셈부르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가 미국 무역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이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에서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무역적자를 구실로 유럽에 관세 폭탄을 압박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월 외국산 자동차와 차 부품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고 백악관은 이달 18일까지 징벌 관세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도 미국의 과녁 안에 들어왔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일본 니가타에서 11일 열린 주요20개국(G20) 농업장관회의에서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농림수산상을 만나 미국이 연간 70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본다는 점을 언급하며 콕 집어 일본의 농산물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지역 농가들이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요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미국은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 축소와 환율, 서비스·세관 절차 개선 등 광범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역전쟁 전선 확대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경기 전반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당장 물가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서플라이체인이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관세가 고착화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중앙은행이 경기둔화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노현섭기자 chsm@sedaily.com

[미중 무역협상 결렬] “반격하자니...” 고심하는 中

관세 부과·대두 수입 중단 등 카드

무역전쟁 전면전 우려에 쉽지 않아


‘보복 불가피’ 성명후 구체조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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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習 연설 내용이 전환점 될 듯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반격 카드를 고심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고율 관세 부과나 상품 수입 금지로 맞대응하자니 미국의 추가보복을 부를 가능성이 크고 이는 중국이 바라지 않는 무역전쟁의 전면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발효한 지난 10일 오전0시1분(미국 동부시각) 직후 상무부가 “반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낸 후 잠잠하다. 구체적인 조치의 내용과 시점은 내놓지 않았다. 과거 미국에 맞춰 꼬박꼬박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신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를 통해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미국에 일격을 맞은 중국이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일단 지금까지 거론된 중국 측 보복수단은 관세 부과나 대두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수입 중단, 더 나아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해 금융시장을 흔드는 방법 등이다. 다만 이는 모두 무역전쟁의 전면 확전을 각오해야 하는 것으로 경제성장률 ‘바오류(保六·6% 이상)’ 확보와 사회 안정을 위해 조속한 종전을 추구한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특히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내부 반발이다. 중국 내 보수 강경파인 ‘잉파이(매파)’는 물론 경기둔화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여론의 반발을 예방하기 위해 무역전쟁에 대한 언론보도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협상과 관련해 각 매체와 온라인미디어에 정부가 제공한 자료만 사용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오는 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조연설을 통해 무역전쟁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미중 무역협상 결렬] “미중 협상 결렬로 韓 무역손실 1조”

■무역協 ‘G2 분쟁 영향’ 보고서

반도체·철강·화학 제품 등

中 중간재 수요 줄어 타격 커

투자지연·금융시장 불안 땐

피해 규모 더 커질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여파로 우리 수출은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간재로 중국에 수출되는 반도체·철강·화학제품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2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 자료에서 “한국의 주요2개국(G2) 수출 비중은 38.9%로 대만(40.6%) 다음으로 높아 G2 간 무역분쟁이 확대될 경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피해가 큰 것은 대중 무역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도 이날 ‘휴전 종료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 확전’ 보고서에서 “미국의 높은 관세는 중국의 수출을 감소시켜 전자·화학제품 등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이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제조 업체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제공하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철강제품·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반도체·전기기기·철강·화학 등의 품목에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과 성장둔화 등 직간접 효과로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총 0.14%(8억7,0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IHS마킷은 “10일 관세율을 인상한 효과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때문에 당장은 제한적이겠지만 나머지 3,000억달러 수입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억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일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제조업 허브인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각하면서 무역 악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IHS는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간접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게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브렉시트와 중국 내수경기 둔화 등도 글로벌 교역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면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기업의 투자 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 하락 같은 간접적인 영향도 크다”고 봤다.

추후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 불균형 해소’ 또는 ‘패권경쟁’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의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해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에 있을 경우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무협은 통상 이슈 브리프에서 우리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의 리스크 분산을 위해 제3의 생산거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무협은 “미중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양국의 근본적 갈등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제재를 피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김민정기자 jpark@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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