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상춘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을 진행한 청와대 상춘재(常春齋)는 ‘봄이 늘 계속되는 집’이라는 뜻을 가졌다.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춘재 자리에는 조선총독부 관사의 별관으로 지어진 일식 목조건물 ‘매화실’이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를 ‘상춘실’로 이름을 바꿔 사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7년 12월 이를 철거하고 이듬해 3월 같은 자리에 천연 슬레이트 지붕의 양식 목조건물을 지어 ‘상춘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에는 한옥 건물이 하나도 없어 외국 손님이 찾아와도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소개할 길이 없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11월 양식 목조건물을 헐게 하고 이듬해 4월 조선 시대 건축양식의 한옥인 ‘상춘재’를 완공했다. 그 옆에는 산책할 수 있는 녹지원이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상춘재를 외빈 접견뿐 아니라 비공식회의 장소 등으로 자주 썼다. 그는 6·10항쟁 기간인 1987년 6월14일 상춘재 앞뜰에서 안보·치안책임자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찰력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발동하는 수밖에 없다”며 계엄선포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 뒤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공식간담회, 외국 정상과의 회담 장소 등으로 상춘재를 활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상춘재를 거의 쓰지 않다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1월 이곳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관련기사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애용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모임을 상춘재에서 열었다. 또 이곳에서 같은 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 호프미팅을 했고 11월에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2017년 7월 상춘재 목재의 니스칠을 벗겨 내고 친환경 ‘들기름’을 발랐다. 이어 2018년 말에는 내부 공간을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대비용”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면서 새로 단장한 상춘재의 첫 손님은 2월 한국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로 바뀌었다. 그 뒤로 남북관계의 봄날도 오지 않는 상태다. /김광덕 논설위원

김광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