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등 고위급 대화를 두고 여야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국회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따른 여야 대치로 ‘식물국회’로 전락한 터라 여야 고위급 접촉은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고위급 접촉 방식을 두고 여전히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는 안갯속이다.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는 1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안과 민생·개혁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에 ‘대화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5당 대표 회동과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등을 거론하며 “대화 재개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문 대통령께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의했고 야당도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빨리 대화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대화의 필요성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단독회담, 원내 교섭단체 중심 등의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경북 영천 은해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제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독회동을 재차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협의체가 당연히 교섭단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야정 상설 협의체에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제외하자는 의미다.
여야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에 차이를 보이는 ‘동상이몽’에 빠지면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회동할 수 있는 이번주가 고위급 대화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원내대표가 만나 방식 등에 합의를 볼 경우 고위급 대화가 성사되면서 국회 정상화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이달 국회도 이른바 ‘개점휴업’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13일과 15일 바른미래당·평화당이 모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점도 국회 정상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은 국민의당 출신인 김성식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인 오신환 의원 등 두 재선의원으로 좁혀졌다. 바른미래당은 13일까지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15일 있을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10일 황주홍·유성엽 의원으로 후보군이 확정된 평화당도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를 뽑는다. 국회 정상화를 논의할 2개 야당의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만큼 이는 국회 정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내대표가 국회 내 당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누가 선출되는지에 따라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윤활유로 작용할 수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