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포지션. 할리데이비슨의 다이나 로우라이더(FXDL 로우라이더, 시승기 클릭)를 너무나 편안하게 탔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FXDR™ 114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트에 처음 앉아보고 든 생각은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할리데이비슨이지만, 풋페그가 저만치 앞에 달려 있습니다.
사진으로 담을 길이 없어서 저도 답답하지만, 타보시면 저와 마찬가지로 “발끝을 저기 올려야 된다고? ” “팔은 못 굽히는 것인가?” “진심?” 뭐 이런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갈 겁니다. 그나마 시트고가 720㎜로 낮아서 다행입니다.
달리기 시작해도 여전히 좀 불편합니다. 뒤따라오는 일행이 보기엔 세상 편해보인다고 하던데, 손발을 쭉 뻗고 달리는 기분이 약간 코어 운동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트는 단단한 편이고, 시트고가 낮긴 한데 옆으로 넓은 편이라 다리 짧은 사람에겐 좀 어렵습니다. 할리답게 4월 초의 날씨에 이미 뜨거운 엔진열이 올라오고, 클러치도 무거워 악력이 약한 사람에겐 조금 버겁습니다. 깜빡이는 좌회전 우회전 후 자동으로 꺼지는 고급 깜빡이지만 엄지손가락을 쭉쭉 뻗어줘야 누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기본적으로 체구가 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바이크고, 편하게 타라고 만든 차가 아닙니다. FXDR™ 114은 태생부터가 드래그 머신 스타일을 내걸고 탄생한 모델입니다. 드래그 레이스는 수백미터 정도의 직선 거리를 누가 더 빨리 주파하느냐를 겨루는 경기로, 그만큼 힘 넘치고 우락부락한 기종이 유리합니다.
FXDR™ 114은 외양만 드래그 머신인 건 아닙니다. 다이나 로우라이더는 3단 이상부터는 매끄러운 실크 위를 달리는 듯한 주행감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두유바이크에서 오백 번쯤 언급한 것 같은데, FXDR™ 114은 3단·4단 너머로 올라가든 RPM이 높든 낮든 계속 터프합니다. 1단에서 출발할 때도 으르렁거리면서 튀어나가고, 엔진브레이크마저 강려크합니다. 로우라이더와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식구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터프한 진동과 주행감입니다. 1,868cc의 V트윈 엔진이 헐크처럼 힘을 뿜어냅니다. 한남동 할리데이비슨에서 양평 해장국집(…)까지 내내 드래그 레이스가 계속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겨우 왕복 100㎞ 남짓 시승하면서도 저는 좀 힘이 들었고, 다시 할리데이비슨 한남점에 도착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바로 옆 카페 ‘울프’에서 맛있는 사과 파이를 먹고 바로 회복했지만요(뜬금포지만 이 집 맛있습니다).
그리고 사과 파이를 먹고 나서 “하이고 시승 빡셌다”면서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마침 할리데이비슨 직원분이 아마도 시승차 점검차, FXDR™ 114을 마치 알차라도 되는 것처럼 날렵하게 다루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함부로 비빌 언덕이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을요. 결국은 실력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할리데이비슨 FXDR™ 114는 “감당할 수 있겠어?”라는 오글거리는 영화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바이크입니다. 바이크 초보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터프함과 힘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들이셔도 됩니다. 기럭지도 좀 되신다면 더 좋습니다. 좀 타보신 분들, 터프한 매력에 끌리시는 분들, 감당할 수 있는 분들께는 꼭 권해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릴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