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문단의 거장' 조정래의 파격 실험

신작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출간 전 오디오클립으로 공개

5060세대 라디오드라마 연상

젊은층은 대하소설 장르 경험




‘한국 문단의 거장’ 조정래(사진) 작가가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3년만에 신작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전 3권)을 종이책 출간 전에 오디오 클립으로 먼저 공개한 것이다. 그동안 종이책 출간 이후 오디오·전자책이 ‘서브콘텐츠’로 제작된 적은 많다. 하지만 주요 작가의 작품이 오디오 클립으로 선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시도는 장편 대하소설의 기존 독자인 중장년층은 몰론 10~30대 젊은 독자층까지 유입하기 위한 것이다. 종이책의 영향력 퇴조와 맞물려 ‘원로 작가’의 새로운 실험이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3일 출판사 해냄은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을 이날부터 내달 11일까지 매일 오전 5시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오디오와 텍스트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기업가와 정치가, 학자와 기자 등을 중심으로 전쟁 같은 경쟁사회가 돼 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린다. 부와 권력, 돈과 명예를 위해 가족마저 등지는 척박한 시대에 한 가닥 양심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심층 취재와 치밀한 자료 조사로 그려냈다. 전종환 MBC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남자 주인공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김영선 씨가 각각 맡는다. 또 은정, 손종환, 윤호 등 인기 성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작품은 1권 오디오 연재가 마무리되는 내달 11일에는 3권 모두 종이·전자·오디오북으로 동시에 출간된다.


해냄과 네이버측이 오디오북 선공개 작품으로 ‘천년의 질문’을 처음 선택한 이유는 조정래 특유의 서사적 이야기 만들기 능력 때문이다. 현대문학은 ‘읽기’에 최적화된 콘텐츠지만 조정래 작품은 내레이션이 살아있어 ‘라디오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오디오북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기존의 오디오북은 내적 성찰이라는 문학의 최고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며 “반면 조 작가의 작품은 남성적 서사의 스토리텔링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네이버 오디오 클립 이은영 리더도 “오디오 클립을 분석해보면 이영도의 ‘오버 더 초이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오 헨리의 단편 등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보단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인기가 많다”며 “조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오디오북 선공개를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5060 세대에게는 ‘제5공화국’ 등 라디오 드라마의 향수를 자극해 조 작가의 두터운 팬들을 유입하고, 오디오북 주 구매자인 1020 세대에게는 기존에 접하지 않았던 대하소설 장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상과학(SF)·추리·판타지 등 스토리가 강한 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작가의 시도는 앞으로 한국 문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 평론가는 “이번 원로 작가의 오디오북 선 공개는 엄청나게 과감하고 모험적이면서도 용기 있는 시도”이라며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 이르지만 또 하나의 통로를 개척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