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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NSIDE] 10년째 못팔고 있는 KDB생명…산은, 마지막 매각 기회 살릴까




산업은행이 자회사 KDB생명의 공개 매각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LP)들은 올해 초 네 번째 펀드 만기 연장을 허락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 인수 10년차.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얻은 산업은행이 KDB매각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등 두 펀드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산은은 두 펀드를 통해 KDB생명 지분 92.7%를 지배하고 있다.

무려 네 번째 연장이다. 2010년 조성된 두 펀드는 2015년 2월 만기를 맞았지만 매각에 실패해 2017년 2월까지 기한을 늘렸다. 그 뒤에는 매년 1년씩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5년내 매각을 목표로 KDB생명을 사들였던 산은은 추가로 5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10년간 회수에 실패하자 LP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펀드를 연장할 때마다 LP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올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재연장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이 만기 연장 대신 펀드 청산을 요구하면서 산은이 느끼는 압박은 더욱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펀드 조성 당시 해당 펀드에 2,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한 바 있다. 산은은 올해 KDB생명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LP들을 설득했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LP들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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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과 연장은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긴 하지만 산은은 여느 때와 다른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공적자금을 오랜 기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KDB생명에 들어간 추가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KDB생명은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가 됐다. 보험 경험이 없는 산은 출신을 앉혀 회사의 경영 상태가 더욱 악화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KDB생명의 부실에는 산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 속에서 결국 지난해 1월 산은은 KDB생명에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추가 대출과 증자에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면 회수해야 할 자금은 1조1,5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이 최근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동시에 추진해 투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핵심 변수는 가격이다. 과거 인수 후보들은 산은이 기대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매각은 수차례 불발됐다.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않아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다. 최근 생명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로, KDB생명의 적정가치는 5,000억~6,000억원선에서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올해 9월과 10월 1,400억원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국제회계기준 IFRS17에 대비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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