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비호 복합무기(비호복합)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가 인도 정부의 복합 대공방어체계 사업에서 단독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공방어체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러시아 업체 두 곳을 따돌리고 얻은 성과였다. 비호복합에는 한화디펜스의 대공포 ‘비호’에 LIG넥스원의 지대공미사일 ‘신궁’이 장착돼 있다. 만일 계약이 체결된다면 우리나라는 3조원 규모의 비호복합을 제공하게 된다. 지난 2017년에는 인도에 K-9 자주포를 수출하기도 했다.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 국가들이 ‘K 방산’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동남아 지역의 국방력 강화 수요에 발맞춰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신남방 지역 정부들과 한국 정부 사이의 동반자 관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신남방 지역과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디펜스는 보병장갑차 K20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한국 기업이 대규모로 무기를 수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신남방 지역으로의 방산 수출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특히 훈련·전투기가 활기를 띠었다.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에 T-50 12대와 TA-50 4대 등 고등훈련기 16대를 4,000억원대에 제공한 게 물꼬를 텄다. 이후 T-50을 기반으로 만든 경공격기 FA-50 12대가 필리핀에 수출됐다. 말레이시아도 올해 초 KAI에 제안서를 보내며 FA-50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잠수함은 인도네시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10억8,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납품하기로 했고 지난달에는 해군 209급 장보고함(1,200톤급)을 개량한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 방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까지 상승하며 러시아·네덜란드·미국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신남방 국가와 우리나라 방산 업계 사이에서 이뤄지는 ‘공조’의 밑바탕에는 ‘윈윈’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내수 수요를 극복하려면 수출밖에 돌파구가 없다. 신남방 국가들도 미중의 패권 다툼이 강해지면서 지정학적으로 국방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필리핀의 방산시장 규모는 각각 5조원, 4조원,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과 신남방 국가 정부 간 공조도 공고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인도에 이어 지난 4월 인도네시아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