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 편견·척박함 뚫고...최고의 茶 일궈내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40년

서성환 선대회장 '茶문화 부흥' 열망

1979년 제주 황무지를 다원으로 개간

흙·물·빛·바람 '천혜의 자연'서 재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차로 자리매김

햇차 페스티벌·'오설록 1979' 통해

고객들에 브랜드 가치·전통성 알려

직접 차잎을 수확하는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직접 차잎을 수확하는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일본의 차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꾸어서 세계에 자랑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문화 사업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대기업들이 앞장서야 하건만 그들은 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손을 대지 않아요. 그러니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야지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은 1970년대 사업차 외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각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 차(茶)와 차 문화가 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차 사업은 가망이 없다는 좌절과 낙담이 뒤섞여 있었다.


◇편견과 싸워가며 척박한 땅에서 피워낸 ‘오설록’ 다원= 서 선대회장은 생생히 살아있던 한국의 차 문화가 왜 사라졌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차를 한번 해보고 싶네. 한데 중역들이 싫어해. 내 개인 재산으로라도 할 테니 아이디어를 주게. 그리고 찻잎은 내가 사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보겠네.”

1970년대 중반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차 문화 부흥에 대한 그의 열망은 1979년 녹차 사업의 공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라산 산기슭과 마주한 경사가 깊은 도순 지역에서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땅을 개척해 녹차를 심는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였다. 수많은 오해와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개간이 어느 정도 진척되는 상황에서도 차밭 개간을 땅 투기로 오해한 투서가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더미를 이룰 만큼 쌓였고, 마을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4년 동안의 시간을 견디고 1983년 마침내 처음으로 찻잎을 수확할 수 있었다. 한때는 버려진 땅이었던 메말랐던 오지가 초록이 무성한 다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980~1990년대를 지나며 ‘서광’, ‘돌송이’, ‘한남’ 등 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오설록이 ‘제12회 햇차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올해 채엽한 햇차./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오설록이 ‘제12회 햇차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올해 채엽한 햇차./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천혜의 자연’ 제주, 한국차 재배의 중심이 되다= 오설록 제주 차밭은 화산섬이라는 특수한 자연조건 외에도 생육이 까다로운 차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흙, 물, 빛, 바람, 안개 등 다섯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오설록은 제주 차밭의 환경에 과학과 정성을 더해 제주 특유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정성 들여 가꾼 찻잎을 수확해 싱그러운 제주의 기운을 담은 차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서광, 돌송이, 한남 등 오설록 차밭이 위치한 화산회토는 유기물 함량이 높아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온기를 품고 있는 제주의 빛과 청정수 덕분에 여린 찻잎들이 건강하게 자란다. 약 100만평 규모의 오설록 차밭은 사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와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찻잎의 양분 흡수를 극대화한다. 안개 역시 자연 차광 효과로 찻잎을 더 성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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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돌송이차밭’은 어렵게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차밭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의 모습(雪)과 연녹색으로 뒤덮인 차밭(綠)이 그 장관에 탄복하는 감탄사 ‘오’와 어우러져 ‘오설록’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돌송이차밭의 차는 빛과 물, 바람이 만드는 향이 특징이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태양인데 돌송이차밭은 태양이 이동하는 정남쪽을 향해 자리하고 있다. 또 밤에는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이, 낮에는 서귀포 앞바다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바람이 큰 일교차를 발생시키고 차나무는 이렇듯 어려운 생육 환경을 이겨내며 특유의 향기 성분을 만들어낸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서광차밭’은 오설록 티 뮤지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광차밭의 차는 어려운 생육 환경을 극복하고 만들어내는 색이 특징이다. 이 차밭이 처한 극한의 기후가 오히려 차나무로 하여금 엽록소를 활발히 생성하고 찻잎은 더 진한 녹색을 띠게 만든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한 ‘한남차밭’은 오설록 차밭 중 가장 최근에 조성됐다. 그만큼 다른 차밭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집약돼 고품질의 차를 만들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페스티벌·프리미엄 티룸으로 소통하는 오설록= 오설록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12년 동안 매년 서귀포시 오설록 서광차밭에서 열리는 ‘햇차 페스티벌’이다. 오설록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40번째 봄, 제주로부터’를 주제로 한 제12회 햇차 페스티벌을 열었다. 올해는 오설록이 40년간 제주와 이어온 소중한 인연을 관람객들과 함께 ‘담고’, ‘듣고’, ‘느끼기’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오설록 티 뮤지엄 광장 무대에서 정승환, 요조 등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콘서트와 티 토크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으며 ‘바스티(bath tea) 만들기’ 등의 체험 이벤트가 진행됐다.

서울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티 룸 ‘오설록 1979’ 매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서울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티 룸 ‘오설록 1979’ 매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용산 사옥 1층에 자리잡은 ‘오설록 1979’는 오설록 브랜드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낸 프리미엄 티룸이다. 이광호 작가가 매장 공간기획을 맡아 제주의 자연과 차 음용의 고급스러움을 곳곳에 표현해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다기는 이영재 ·이인화·김덕호 등 여러 도예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특히 오설록 1979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전문 티 소믈리에의 ‘마스터즈 티 차우림 서비스’와 오설록 차, 제주 식재료, 전통 먹거리를 재해석한 ‘오설록 1979 애프터눈 티 세트’ 등은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도심 속 진정한 쉼의 가치를 선사한다. 앞으로도 오설록은 다양한 시그니쳐 메뉴를 통해 고객들에게 차에 대한 오설록만의 정통성을 꾸준히 전파할 예정이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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