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버스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닥친 가운데 정부가 버스사업자의 근로자 임금 지원을 확대하고 버스 인프라 확충을 보조하기로 했다. ‘국비 직접 지원’에는 선을 긋겠다지만 결국 우회적으로 나랏돈을 동원하는 셈이어서 땜질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3일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녹실회의를 열어 버스노조 파업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기 위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경우 500인 이상 버스사업장에 대한 기존근로자 임금 지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또 지자체가 면허권 등을 갖고 있는 버스운송사업자에 대한 국비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교통 취약지역 거주민의 교통권 보장과 버스 공영차고지 등 버스 관련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버스 파업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이 정도 수준의 대책으로는 버스노조를 설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홍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류근중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시내버스 요금 올린 것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니 4년 정도인데 지금은 5~6년이 넘어 시내버스 요금을 조정할 때는 됐다고 본다”며 요금 인상 권한을 가진 지자체를 압박했다.
대란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 3개 시도는 수도권통합요금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환승할인이 적용되는 3개 시도가 교통비 총액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 때문에 경기도가 단독으로 요금을 올리면 서울과 인천도 이득을 보게 되는 ‘환승의 마법’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서울과 인천이 인상 혜택을 경기도에 몰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 버스요금 200원 단독 인상’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가 불만을 제기하니 (통합요금제도의 개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서울시와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9년 시행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수도권통합요금제도는 환승할인과 거리비례요금제가 적용되며 각 시도의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총 요금을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20㎞를 이동한 사람이 1,450원(경기 기본요금 1,250원+거리비례 200원)을 지불하면 이 총액을 경기도 740원, 서울시 710원(경기 1,250 대 서울 1,200)으로 분배한다. 똑같은 상황을 가정할 때 경기도가 단독으로 요금을 200원 올리면 서울시도 20% 수준인 40원을 더 가져가게 된다. 경기도가 경기 버스회사의 문제를 풀기 위해 요금을 인상했는데 서울과 인천까지 이득을 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수도권 3개 시도는 경기도의 요금 인상으로 인한 이득을 경기도에 몰아주는 방법을 연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대중교통에 탑승한 사람이 서울이나 인천으로 넘어올 경우) 총 몇 명이 들어와서 돈이 얼마가 유입됐다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확인된다”며 “분기든 월 단위든 정산을 해서 경기도 요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를 보전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합요금제도 개선은 결국 ‘경기도 버스요금 단독 인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경기도는 통합요금제도에 3개 시도가 묶여 있어 단독으로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해왔지만 서울시와 인천시는 매년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들여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제도 개선은 3개 시도의 ‘타협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안을 받아들인 적은 없다”며 서울시에 분배되는 요금 비율을 낮추는 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정책 구체화 방안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재현기자 세종=황정원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