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무리한 정부정책은 안 바꾸고..버스대란 결국 혈세로 막나

■광역버스도 준공영제 추진

임금지원은 2년으로 확대

차고지 등 인프라 확충도

요금 인상은 미제로 남아

노조파업 철회할지 미지수

정부가 버스 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광역버스(M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나랏돈을 동원한 ‘땜질’ 대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정책 노선을 수정하기는커녕 또다시 사실상 혈세를 투입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버스노조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이던 요금 인상의 경우 미제로 남겨둔 상황이어서 노조가 파업을 철회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13일 M버스 준공영제 도입 추진을 확정하면서 ‘국비 직접 지원’에는 선을 그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 혈세를 풀어 급한 불부터 끄려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M버스 준공영제 도입은) 교통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겠다는 의미”라며 “버스의 표준 운송원가를 책정한 후 부족한 버스 운송 수입을 메꿔주고 있는 서울시의 구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버스 노사 간의 고통 부담도 없는 마당에 정부 방안이 본질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분야의 한 전문가는 “임금 감축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영제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생색내기”라며 “결국 정부 재원이 투입될 텐데 정책적으로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버스 업계의 부작용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버스 운영을 준공영제로 변경하면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규제 준수가 힘든 상황에서 반발이 나오고 이를 세금으로 계속 메꾼다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버스 노조를 달래기 위한 다른 정책들도 마련했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기 위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경우 500인 이상 버스사업장에 대한 기존근로자 임금 지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또 지자체가 면허권 등을 갖고 있는 버스운송사업자에 대한 국비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하겠다지만 교통 취약지역 거주민의 교통권 보장과 버스 공영차고지 등 버스 관련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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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수준의 정책으로는 파업을 목전에 둔 버스 노조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핵심 쟁점인 요금 인상이 미제로 남은 탓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류근중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시내버스 요금 올린 것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니 4년 정도인데 지금은 5~6년이 넘어 시내버스 요금을 조정할 때는 됐다고 본다”며 요금 인상 권한을 가진 지자체를 압박했다.

대란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 3개 시도는 수도권통합요금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시행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수도권통합요금제도는 환승할인과 거리비례요금제가 적용되며 각 시도의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총 요금을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20㎞를 이동한 사람이 1,450원(경기 기본요금 1,250원+거리비례 200원)을 지불하면 이 총액을 경기도 740원, 서울시 710원(경기 1,250대 서울 1,200)으로 분배한다. 똑같은 상황을 가정할 때 경기도가 단독으로 요금을 200원 올리면 서울시도 20% 수준인 40원을 더 가져가게 된다.

통합요금제도 개선은 결국 ‘경기도 버스요금 단독 인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대신 수도권 3개 시도는 요금 인상으로 인한 이득을 경기도에 몰아주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대중교통에 탑승한 사람이 서울이나 인천으로 넘어올 경우) 총 몇 명이 들어와서 돈이 얼마가 유입됐다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확인된다”며 “분기든 월 단위든 정산을 해서 경기도 요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를 보전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도가 개선되면 3개 시도의 ‘타협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경기도 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안을 받아들인 적은 없다”며 서울시에 분배되는 요금 비율을 낮추는 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정책 구체화 방안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정순구·강광우기자 변재현기자 soon9@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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