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전기차 보조금 정책 누가 하느냐가 문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조직의 실체에 대한 논란은 사회학·행정학·경영학 등 여러 학문에서 다뤄지고 있다. 일부는 조직이 “하나의 중장기 계약에 불과하다”고 하고 다른 일부는 심지어 “기관별 조직표에 그려진 계층이 조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제학 중 인식 측면에서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는 인식론자에 따르면 조직은 “직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목표 달성이라는 구속을 개별 혹은 집단학습에 의해 풀어가는 집단 인식장치”라고 한다. 조직은 개인과 구별되는 ‘집단적’ 실체이고 ‘학습’에 의해 문제를 풀어가는 ‘인식장치’라는 것이다.

외견상 각국의 정부 부처들은 법령에 의해 기능별 혹은 사업별로 정부 사무를 합리적으로 혹은 기계적으로 잘 나눠 놓은 실체처럼 보인다. 따라서 정부 일은 법에 따라 합리적 혹은 자동으로 형성되고 집행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적으로는 정부 부처들도 일종의 조직이므로 인식론자들이 규정한 조직의 특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로 한정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국내산과 수입산 구분 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지난해에는 전기차 보조금 중 22%가 수입산에 제공됐고 특히 버스는 40%가 중국산에 제공됐다. 추경까지 해가면서 국민 세금으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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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주목할 점은 중국은 환경부가 아니라 산업 육성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정보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관할한다는 점이다. 중국 산업정보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전기차 ‘제조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에 대해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이 제조자에게 제공되므로 외국산 브랜드를 배제하기 쉽고 생산분에 대해 제공되므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토종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한편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차량에 제공되고 있다. 보조금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므로 외국산 브랜드를 배제하기 어렵고 판매되는 차량에 대해 제공되므로 우리 회사들의 경쟁력에 아무런 보탬이 될 수 없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관련된 양국 간 큰 격차는 “조직은 집단 인식장치”라는 인식론자들의 견해를 고려한다면 놀랄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담당 부처가 중국은 하루 종일 산업 육성만 생각하는 산업정보부, 우리의 경우에는 자나 깨나 환경만 생각하는 환경부였다는 사실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정보부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보조금을 오는 2021년부터 중단하고 신에너지 차량 판매의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 환경부도 같은 취지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담당 부처의 차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이 제도가 중국 토종기업 육성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전기차 육성책으로 둔갑하지 않을지 걱정되는 것은 기우일까.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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