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이 정식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자본확충을 위한 김 의장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도 한시름 덜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계열사 공시를 누락하려는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빠뜨렸다. 법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 측은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은 공정위에 허위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은 했다고 보인다”며 “다만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인정할 만큼 허위자료 제출을 용인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자료 제출 관련 업무 일체를 회사에 위임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뒤늦게 5개 회사가 공시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정위에 알렸다는 점 등이 재판부 판단 근거다.
또 5개 회사의 영업 형태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공시에서 누락한다고 얻을 이익이 크지 않고, 경영진이 김 의장과 인적 관계도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아울러 과거에 자료를 허위 제출한 이력 등이 없다는 점에서도 김 의장에게 공시 누락을 용인할 의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다만 허위 자료 제출 행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는 법을 무력화하는 만큼 과실에 대해 처벌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로, 공정거래법에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과실범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의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