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검사가 고소장을 바꿨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징계를 유예하다 임은정 부장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에게 고발당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검·경의 힘겨루기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김 전 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소속 A검사가 고소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절차에 따라 징계를 내리지 않은 채 부실하게 사건을 매듭지었다는 혐의를 받는다. A검사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했다. 검사가 고소장을 분실하면 이를 고소인에게 알리고 다시 고소장을 받아야 하지만 A검사는 바꿔치기한 고소장에 차장검사 등의 도장을 찍어 공문서를 위조했다. 고소인은 이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하자 A검사는 2016년 6월에 사표를 냈다. 이후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감찰을 하지도 않은 채 A검사의 사직서를 받아들였다.
검찰 개혁을 위해 평소 목소리를 높여 온 임 부장검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대검찰청 감찰 시스템을 통해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지난 달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당시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조만간 임 부장검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이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역으로 경찰이 전직 검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