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 ‘검은 10월’과 같은 급락장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투자가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2,200대에서 2,000선으로 미끌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300대에서 1,980대로 주저앉았던 지난해 10월과는 다르게 2,000선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상황과 지난해의 주요 차이점은 △달러화 강세 △양호한 유동성 여건 △국내 기업 실적, 경기 반등 기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로 요약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60~1,180원대로 상승해 1,100~1,140원대였던 지난해 10월에 비해 높아졌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준금리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되는 긴축 정책이 이뤄졌던 것과 다르게 올해는 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동결 방침을 밝히면서 유동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3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50~1.70%로 인상하면서 당시 1.50%였던 한국 기준금리를 넘어섰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계획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컸다. 실제로 외국인은 10월 한 달 동안 4조원가량 순매도하면서 급락장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올해 5월 들어서는 이날까지 순매도가 5,220억원으로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갈등과 함께 연준의 긴축으로 금융여건이 함께 악화된 반면 지금은 미중 모두 지난해보다 유동성이 풍부해 금융여건이 더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1·4분기 국내 주요 상장사 실적 및 경기 지표가 부진해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은 점 역시 지난해와 다른 점으로 평가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4개의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은 46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했다. 반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까지 발표된 126개 상장사의 1·4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8조6,193억원으로 컨센서스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달 말 발표된 국내총생산(GDP)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3%에 그쳐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난해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발표했지만 아직 수입품이 도착해 실제로 인상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 시한이 남아 있다. 이와 함께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게 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를 외국인 매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꼽으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최근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2,000선은 방어했기 때문에 그 정도 선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경훈·신한나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