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를 오싹한 공포로 날려줄 호러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공포 영화의 장르적 쾌감과 문법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영화가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시즌에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서스페리아’는 극좌파 세력의 테러가 기승을 부렸던 1977년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1977년에 제작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미국인 무용수가 기이한 분위기로 가득한 독일의 발레학원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서사의 전개 흐름과 연출의 디테일은 판이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당대 유럽의 정치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한편 발레리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광란의 무대를 강렬한 미장센으로 펼쳐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옥자’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한국 팬들에게도 친근한 배우가 된 틸다 스윈튼의 ‘1인 3역’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한국영화 가운데 호러 영화의 스타트를 끊는 작품은 ‘0.0MHz’이다. 2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미스터리한 초자연적인 현상을 파헤치는 대학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라디오 주파수를 찾기 위해 음산한 시골의 한 흉가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미스터 주부퀴즈왕’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 실습’ 등을 만든 유선동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이돌 출신으로 ‘응답하라 1997’ 등의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정은지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대작 호러들도 연이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23일 국내 관객과 만나는 ‘더 보이’는 ‘세계 최초의 슈퍼 히어로 호러물’을 표방한 영화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실의에 빠진 부부에게 어느 날 다른 세상으로부터 날아든 소년이 찾아온다. 부부는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 여기면서 소년을 애지중지 키우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소년은 어느새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사악한 존재로 성장하면서 이 영화의 슈퍼 히어로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부부를 재앙으로 몰아넣는 원흉이 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히어로물에 참여한 제작진들이 이 영화를 위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내달 20일 개봉 예정인 ‘사탄의 인형’도 호러 영화의 오랜 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이다. 지난 1988년 첫선을 보인 이후 칼부림이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동명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어린 소년이 생일 선물로 받은 인형 ‘처키’가 무서운 본성을 드러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구조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오되 젊은 관객들이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만끽할 수 있도록 공포 영화의 새로운 장르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더 월’ ‘폴라로이드’ 등을 연출한 라스 클리브버그가 감독을 맡았다. USA 투데이와 로튼 토마토 등 북미 지역의 유력 매체들은 벌써 “올여름 꼭 봐야 하는 공포 영화”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