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계·학계 전문가들은 본지가 처음 개최한 ‘서경 우주포럼’에서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거버넌스의 변화와 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우주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한국의 우주개발과 우주산업화’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민간산업 진흥을 위한 참여 기업들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탄생하고 30년이 지났지만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들은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우주산업 참여 기업들의 숫자도, 기업들의 총 매출액 등 시장 규모도 달라진 점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은 달에 로켓을 발사하는 등 뛰고 있지만 한국의 우주산업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반성이다.
이 부위원장은 민간기업 중심의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거나 기존 기업들 간의 M&A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민간 우주산업을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것처럼 새로운 혁신 기업이 탄생하거나 기존 기업들 사이의 대규모 빅딜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분야 정부 거버넌스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주포럼의 세 번째 세션 발제자인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우주 관련 거버넌스는 성장한 중고등학생이 아직 초등학생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며 “우주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정부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에서 우주산업을 담당하다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새로 만들어 내각과 분리했고, 인도도 총리 직속의 우주부를 따로 만들었다”며 “우주개발 정책의 영속성을 위해 한국 정부도 우주개발청과 같은 새로운 부처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민간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레드오션인 발사체·위성 등 기기시장보다 블루오션인 우주정보 활용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정부 주도로 우주산업 육성이 이뤄지다 보니 다른 모든 국가가 하고 있는 발사체·위성 산업 중심으로 국내 시장도 커왔다”며 “위성이 제작한 화상을 활용하는 등 빅데이터 우주산업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올해 발족한 우주포럼이 한국 우주개발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축사에서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성장하려면 우주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며 “서경 우주포럼이 연구자들과 산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주산업의 장래를 토론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