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국민 삶의 개선과 사회의 진화를 이끌거나 돕는 게 정치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직 국무총리로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진일보하는 과정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언론인, 4선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이어 최근엔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자리에까지 올라 있는 만큼 이날 이 총리에게는 현정부 국내외 현안에서부터 정치권에 대한 평가, 총리직 이후 거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 총리는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밝혔지만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문재인 정부 2주년…“협치 부족 지적 아쉬워”=이날 토론회의 첫 번째 주제는 ‘문재인 정부 2주년 평가’였다. 이 총리는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출범 초기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이에 대한 배경으로 야당과 협치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그동안 노력이 없었던 게 아니다”며 “예를 들면 개각을 할 때 야당 의원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리는 “정부 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되지만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적 문제에 있어서 함께 자리 해주시는 게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며 “5당 대표가 함께 모이고 그 다음에 일대일 대화를 수용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했다.
통합 노력 부족 문제도 현장에서 제기됐다. 이 총리는 “좀 더 포용적 국정 운영으로 가야 한다”며 “동시에 야당들도 그런 틀에 동참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꼭 야당만 그런 게 아니라 여당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들을 주고받아서 국민들의 상처를 크게 하고 있다”며 “여야 지도자 모두 자제하고 자신들의 언동이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생각해서 발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폐 청산과 관련해서는 “권력이 개입해서 수사를 그만하라고 하는 건 법치주의가 아니다”면서도 “정치권에서 상대를 청산의 대상인 것처럼 말하는 건 매우 사려 깊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사회는 1년차·2년차 없다…특성 고려해야”=이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의 ‘공무원 뒷담화’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공무원 사회는 (정권과 달리) 1년차, 2년차가 따로 있지 않고 ‘늘’ 공무원 사회로서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장점은 일관성과 계속성, 안정성이고 단점은 창의력 부족인데 단점을 보완하는 건 해당 부처 장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총리가 총리실 참모들을 들들 볶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토론회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 총리는 웃으면서 “참모들이 힘들 것”이라며 “제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지방행정을 맡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는 지 많이 봐왔다”며 “그래서 정책의 실행력을 몹시 강조한다”고 부연했다.
◇최저임금 문제…“대통령도 아프도록 잘 알아”=토론의 주제가 ‘경제분야’로 바뀌자 곧바로 소득주도정책이 첫번째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환을 건의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최저임금과 관련된 여러 논의를 아프도록 잘 알고 계신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의 세 가지 기둥인 ▲가계소득 증대 ▲가계비 지출 축소 ▲사회안전망 확충 중 최저임금 문제가 포함돼 있는 ‘가계소득 증대’만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리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면서도 “사회에서 가장 임금 낮은 분들 때문에 경제 나빠진다는 말은 서로 조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총리는 “가장 아래쪽 임금을 올리다 보니 파급효과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고 임금을 올려줘야 할 소상공인 중소업자 부담이 커졌다”며 “기존 임금결정 체계로라도 위원회 공익위원들을 좀 더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분들로 충원하고, 권역별 토론회를 하거나 전문가들과 대화해 각계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나온 총선 출마·대권 질문에 ‘곤혹’=내년 총선 출마와 대권 도전 의지에 대한 질문도 어김없이 나왔다. 하지만 이 총리는 총선과 관련해 “제 역할을 제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요구할 생각도, 기획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여당에 속해 있는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여권 주자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안정적인 리더십’을 꼽았다. 이 총리는 “뭔가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목마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난달 초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재난 사례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그때 국민들이 좋게 봐주셨는데 대단한 게 아니었다”며 “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매우 세세하게 대응하는 걸 국민들이 놀랍게 본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제가 아주 나쁜 평가를 받는다면 정부에 큰 짐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대권 몸풀기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온다’는 질문에 “저로서는 부담스럽다”며 “그런 보도는 늘 나오는데, 이렇다저렇다 말씀은 안 드리지만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범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주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깊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포용’ 키워드는 계승, 산업정책은 보강 필요”=‘차기 정부가 현 정부로부터 꼭 계승했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포용국가”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포용국가는 큰 틀에서 계승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포용국가 지향으로 임해야 할 문제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정책 중 조금 더 보강했으면 하는 분야로는 산업 정책을 꼽았다. 이 총리는 “(현 정부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충분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우리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좀 줄이고 국내에 투자하도록, 국내에서 기업들이 꿈을 이루도록 하는 매력을 주는 정책을 훨씬 많이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기업에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정말로 힘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현장 말씀을 더 자주 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그것을 정책에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도록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규제 완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와 경제 분야의 동시 현안인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리는 “역사에서 오는 문제가 간헐적으로 불거지는 걸 일거에 제어하기는 어렵다”며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 가면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어느 경우에나 북핵 문제 등 한일 두 나라가 반드시 손잡고 해나가야 할 문제는 지장 없이 해 나가자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